4·30 재·보선 결과가 정국에 미칠 영향을 놓고 예측이 분분하다. 국민은 승자의 겸손과 패자의 반성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개헌 가능성을 타진하는 움직임도 잦아졌다. 개헌은 선거제도의 변화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이래저래 정치권의 시간표는 물론 ‘큰 꿈’을 꾸는 이들도 바빠질 것 같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심해진다는 게 정설이다. 비생산적인 정략 다툼과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에 넌덜머리나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런 젊은 세대에게 애비 워터스의 정치 동화 ‘펄루, 세상을 바꾸다’(주니어김영사)를 권할 만하다. 몬트머 족이라는 가상의 종족은 지도자의 죽음과 함께 권력 쟁탈전의 혼란에 빠지지만, 우여곡절 끝에 ‘더 이상 한 지도자가 우리를 대표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우리의 일을 결정하는’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극적으로 이뤄낸다. 초등학생부터 청소년, 나아가 성인이 읽어도 흥미로운 내용이다.
선거제도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는 책으로는 박동천의 ‘선거제도와 정치적 상상력’(책세상)이 있다.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로 나눠 볼 때, 다수대표제만 해도 단순다수 대표제, 연기명(連記名) 중선거구제, 제한적 연기명 중선거구제, 결선투표제, 선호대체투표제 등 다양하다. 비례대표제도 나라마다 다양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상적인 선거제도를 도입한다고 이상적 정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저자의 지적이 인상적이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선거 제도가 지닌 불평등한 측면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학술서로 버나드 마넹의 ‘선거는 민주적인가’(후마니타스)가 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선거에 관한 다양한 주장과 이론을 검토하는 저자는 대의정부의 민주주의적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민중과 대표의 간극이 커지는 현실이나 선거가 ‘새로운 엘리트의 부상과 다른 엘리트의 퇴조’ 이상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이 책에 인용된 장 자크 루소의 말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국의 인민들은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회의 의원을 선거하는 기간뿐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