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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DMB ‘오디오 북’ 채널 “출퇴근길에 책 들어보세요”

입력 | 2005-05-06 19:23:00


프로그래머 김재한(金宰漢·25) 씨는 요즘 출퇴근 시간이 즐겁다.

경기 용인시 집에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회사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바꿔 타고 출근하는 데 50분 이상 걸리지만 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출퇴근 시간에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오디오 채널 중 하나인 ‘북 채널(채널 44)’의 책 낭독 방송을 즐겨 듣는다. 김 씨는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으려 했지만 지하철이 복잡해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제 같은 시간에 책 낭독 방송을 들으니까 지식도 늘고 지루하지도 않아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책 ‘읽기’에서 ‘듣기’로=1일 위성DMB(비디오 채널 7개, 오디오 채널 20개)가 본격 방송을 시작하면서 책을 들려주는 오디오 북 채널 시대가 열렸다. 오디오 북이란 매체를 통해 책 내용을 음성으로 듣는 것을 말한다.

‘북 채널’은 책 읽기를 싫어하는 10대와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움직임이 잦아 책을 볼 수 없는 직장인들이 손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같은 외국 소설부터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안도현), 실용서 ‘선택의 패러독스’(배리 슈워츠)까지 다양한 책들을 소개한다. 편성을 맡은 박지현(朴志炫) PD는 “듣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감정을 자제하고 낭독하게 한다”고 말했다.

위성DMB 외에 MP3플레이어 파일을 내려받아 책을 듣는 경우도 있다. 교보문고는 올해 1월부터 자사 홈페이지에 오디오 북 다운로드 서비스를 마련했다. 1500원에 오디오 북 한 권을 내려받을 수 있는데 하루 평균 다운로드 횟수가 100여 회에 이른다. 최근에는 책 ‘32세, 32평 만들기’(노용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듣는 책’이 종이 책에 미치는 영향=한국출판연구소의 ‘국민 독서실태’(2004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2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연평균 독서율도 1994년 86.8%에서 2004년 76.3%로 약 10% 감소했다.

출판전문가들은 이처럼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듣는 책’이 활자매체를 보완하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백원근(白原根)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부장은 “눈이 안 좋은 사람, 장애인, 건강상 책 읽기가 어려운 사람들의 독서 접근성이 높아지는 등 읽는 책과 듣는 책은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