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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채남희]한국형 경전철로 기술자립을

입력 | 2005-05-09 18:24:00


버스는 지연 운행과 매연으로 인해 매력을 잃어가고, 지하철은 높은 건설비와 유지비 때문에 적자만 쌓여가는 형편이다. 정부는 도시 교통난 해소책의 대안으로 10여 년 전부터 경량전철시스템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아직까지 건설돼 운행된 사례는 없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1999년부터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한국형 경량전철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기술로 만들어졌기에 한국형이라고 불리는 AGT(Automated Guideway Transit) 경량전철시스템은 전기로 움직이니 매연이 없고 고무차륜이어서 소음이 거의 없으며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무인 운전이다. 궤도 측면에서 전기가 공급되기 때문에 거미줄 같은 전차선도 없다. 시속 70km에 2량부터 6량까지 차량 편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시간대별 요일별로 탄력 운행이 가능하고 시간당 5000∼2만 명을 수송할 수 있다. 이미 국제공인기관에서 종합성능시험을 마쳤고 도시철도법령의 요구 수준인 5000km 시험 운행을 넘어 올해 말까지는 4만km를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용 개발품이 각종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고 해서 곧장 상용화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철도시스템 신기술개발과정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성능시험에서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기까지의 ‘개발 단계’, 계속 다듬어 안정화시키는 ‘실용화 단계’, 실제로 최종 수요자에게 적용되는 ‘상용화 단계’ 등이다. 상용화 이후에도 수요자들이 ‘좋다’고 평가할 때에야 비로소 신기술 개발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기술은 태어나면 실용화라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당분간 자라야 한다. 실용화 과정이 등한시되거나 생략된 신기술개발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자기부상열차시스템이 개발 단계까지는 성공했지만 실용화 과정이 미흡해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철도차량에는 4만여 개의 부품이 연결돼 있다. 철도의 신기술은 모든 영역의 기술이 종합돼 새로운 성능을 창출하는 시스템 기술인 것이다.

따라서 기술개발에 따른 위험이 있을 수 있다. AGT 경량전철사업은 올해 말까지 개발이 완료된다. 후속으로 실용화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

상용화에 대비한 새로운 시제차량이 만들어지고 차량은 시험선로에서 시스템안정화를 위한 운행을 계속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요자에게 신뢰감을 주도록 태워주고 보여주고 설명해야 한다. 실용화를 끝낸 시제차량은 최초로 상용화를 결정하는 수요자에게 기부하도록 하면 경쟁에서 좋은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이다.

경량전철이 완성되면 한국은 세계 네 번째의 경량전철시스템 기술보유국이 된다. 기술개발팀으로서는 기술과 비용 측면에서 외국기술에 전혀 떨어지지 않도록 전력투구할 것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운행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기술을 선택한다면 우리 기술의 미래는 어둡다. 이 기술이 국내에서마저 널리 쓰이지 않는다면 기술 수출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한국형 경량전철에 의해 교통의 편리성과 안전성이 제고되고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며 교토기후협약에 따른 환경 개선이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 나아가 우리 철도 기술이 세계로 진출해 지구촌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살아 숨쉬기를 기대한다.

채남희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