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범 미국 워싱턴 주 상원의원은 워싱턴대의 한국학 강좌를 지키기 위해 교민들과 한국인 동문들이 3년여 동안 펼친 눈물겨운 노력을 설명하며 한국 정부와 기업의 관심을 촉구했다. 연합
“정말 막판에는 이 나이에도 엉엉 울음이 터져 나오더군요.”
영국 옥스퍼드대의 한국학 전공과정이 2007년 폐강 위기에 몰린 가운데 미국 서부지역에서 가장 전통이 오랜 워싱턴대 한국학과정이 폐강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났다. 교민들과 한국인 졸업생들의 3년여에 걸친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방한한 폴 신(신호범·愼昊範·70) 워싱턴 주 상원의원은 9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 과정을 설명했다.
워싱턴대 한국학과정은 태평양전쟁 중이던 1943년에 미군과 정보요원 훈련을 위해 개설된 뒤 제임스 팔레, 브루스 커밍스 씨 등 미국 내 대표적인 한국학 교수들을 키워냈다. 입양아 출신의 신 의원도 이 대학에서 한국말을 배웠다.
2001년 팔레 교수의 은퇴 후 후임 교수 선발이 예산 부족으로 유야무야되면서 강좌 자체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 워싱턴 주 교민 10만여 명과 400여 명의 워싱턴대 한국동문들도 모금운동에 나섰다. 재학생들도 폐강 움직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이 50만 달러의 지원금을 내놓았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신 의원의 발의로 주 정부가 한국학강좌 전체 예산의 25%를 부담하는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예산안은 하원의 반대로 부결됐다. 지난달 예산지원안을 다시 내놓았으나 또다시 하원의 반대에 부닥쳤다. 전체 주 예산이 17억 달러나 적자인 데다 소수민족이 주도하는 특정 강좌를 지원하는 예산안이 통과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 예산안의 최종투표일이 지난달 24일이었는데 전날 저녁 같은 민주당 소속 상원의장을 찾아가 ‘내일 예산안 투표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주 상원은 25 대 24로 민주당 우세였는데 제가 반대표를 던지면 예산안 전체가 부결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지요. 결국 그날 밤 12시 민주당 상하원 합동회의로 한국학 지원예산이 최종예산안에 포함됐습니다.”
신 의원은 “예산안 통과 후 보잉과 스타벅스 등 미국 기업들의 후원 의사를 타진해 기금규모를 25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까지 늘려 잡았다”며 “한국학센터의 독립까지 모색 중인 만큼 이제는 한국기업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