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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단원 김홍도作 120여점 간송미술관 봄 특별전

입력 | 2005-05-09 20:29:00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드다' (마상청앵).


《조선 후기 화단을 대표하는 단원 김홍도(檀園金弘道·1745∼1805?)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가 15∼29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린다. 안견, 장승업과 함께 조선 3대 화가로 꼽히는 단원은 한국적 회화의 독보적 경지를 개척하여 진경산수의 대미를 장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기존 화보를 모방하거나 중국 산수의 준법을 끌어오지 않고 독자적인 영역으로 소화했다. 구도가 파격적이고 묘사 솜씨가 뛰어나 지금 보아도 낯설지 않을 만큼 현대적이다.》

이런 점에서 단원은 단지 빼어난 화가라기보다,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확립한 사상가였다. 사대부가 아닌 중인 출신으로 스물아홉 나이에 당시 스물 셋이던 정조와 인연을 맺어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도맡아 그리면서 정조가 죽을 때까지 총애를 받으며 당대 최고의 화가로 군림했다. 그러나 정조 사후 신분이 급락해 요즘으로 치면 궁의 계약직 화가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꾸려 나갔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연구실장은 “단원은 산수, 인물, 누각, 화조 등 모든 화과(畵科)에 능통하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인물에 뛰어나 그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면서 “노자(老子)도 조선 노인으로 그리고 달마대사도 조선 선승(禪僧)으로, 관세음보살은 우리들 어머니처럼 그려낼 정도로 인물 모두를 당시 유행하던 중국풍이 아닌 ‘조선 사람의 모습’으로 그려 놓았다”고 말했다.

'낭원에서 복숭아를 훔치다(낭원투도).

풍경, 인물, 풍속화 등 총 120여 점이 나오는 이번 전시는 ‘단원대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단원 그림의 전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대표작 ‘마상청앵(馬上聽鶯)’은 화창한 늦봄에 젊은 선비가 춘정(春情)을 이기지 못해 말에 올라 봄을 찾아 나섰다가 길가 버드나무 위에서 꾀꼬리 한 쌍이 화답(和答)하며 노니는 것에 넋을 빼앗긴 채 서서 바라보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대담한 구도와 선비의 옷맵시 묘사 등이 빼어난 수작이다.

단원은 풍속화를 그릴 때도 당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진솔하게 그렸다. 상품(上品) 작물인 담배를 재배하는 모습이나 자리 짜기에 열중하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조선후기로 가면서 당시 사람들이 농사 외에 다양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그림은 주제가 한눈에 확 들어오도록 화면의 중심에 묘사하되 잘 살펴보면 주변경관이나 사람들이 모두 주제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고 각기 자신의 분명한 소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분업과 다양성을 모토로 하는 그의 현대적 철학이 담겨 있는 대목이다. 매화를 그리더라도 당시의 ‘정답’이었던 군자의 이미지가 아니라 요염한 꽃으로 묘사했다.

최 실장은 “그동안 단원의 일부 작품을 선보인 적은 있으나 이처럼 한꺼번에 내놓기는 처음”이라며 “단원이 1805년 8월까지만 활동한 기록이 있고 죽은 연도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는데, 올해가 서거 200주년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해 이를 기념하는 뜻에서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02-762-0442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