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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기술개발 능력 갖춘 ‘혁신형 中企’ 한국 2.3%

입력 | 2005-05-10 02:55:00


《한국의 중소 제조업체 가운데 독자 기술을 갖고 있거나 기술 개발 능력을 가진 업체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2003년 말 현재 5인 이상 중소 제조업체 10만3000여 곳 가운데 ‘혁신형 중소기업’은 7516곳으로 전체의 2.3%에 불과했다. 혁신형 중소기업이란 연구개발(R&D)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했거나 기술 개발 능력을 가진 기업들로 중소기업청이 인증하는 이노비즈 기업과 각 벤처인증기관이 인증하는 벤처기업을 말한다. OECD 회원국들의 혁신형 중소기업 비중이 평균 10%임을 감안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 한국 중소기업 미래전략이 없다

일반 중소기업의 43%와 소상공인의 65%가 미래 성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차기 상품’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맹추격을 받아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못 미치는 한계기업의 비중은 1991∼1997년 평균 0.9%에서 2000∼2003년 15.3%로 급증했다.

이러다보니 대기업과의 격차는 벌어져만 간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2년 7.7%, 2003년 8.3%, 2004년 9.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5.4%, 5.0%, 4.3%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 공동 자구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미래전략 부재에 대해 스스로 수동적인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1970, 198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중소기업이 불이익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만 매달리면 미래가 없다는 것.

모 벤처기업의 사장은 “중소기업은 불리한 환경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보다는 환경 탓만 하거나 정부보조금 등 눈앞의 단기적 이익에만 급급해왔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주훈(金周勳) 연구위원은 “일본, 독일 등에서는 중소기업들이 공동 인력개발, 공동 시장개척 등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 생존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중소기업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대기업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중소기업의 혁신능력 부족은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대기업에 편중된 자원 배분의 왜곡이 있었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혁신 능력 부족만을 비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승일(金承逸)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우월한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중소기업에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불공정 행위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성장 기반이 개선되려면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한다는 동반자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