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이라크 서북부 지역에 대한 대규모 군사공격을 벌여 100여 명의 저항세력을 사살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작전은 지난해 11월 바그다드 서쪽 수니파 거점도시인 팔루자에 대한 대규모 포위 공격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러나 저항세력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미군의 무차별 공습이 이라크인들의 반미감정을 자극해 오히려 ‘잠재적 저항세력’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미군의 대대적 공세=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주둔 미군 제2보병연대와 해병 2사단 병력 1000여 명은 7일 바그다드 서북쪽의 시리아 국경지대인 카임 마을 일대에 대대적인 습격을 감행했다.
미군은 8일 유프라테스 강 인근 오베이디 마을을 공격했으며 9일에는 서북부 사막 지역까지 공격을 확대했다. 카임 마을 주민들은 “집집마다 폭탄이 떨어져 마을이 쑥대밭”이라고 증언했다.
미 해병대 제프리 풀 대변인은 9일 “이라크 저항세력 100여 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이라크 알 카에다 조직’은 “미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부인했다.
▽이번엔 자르카위 체포할까?=미군이 바그다드에서 무려 320km 떨어진 서북쪽 끝 지역까지 대규모 병력을 보낸 목적은 자르카위 체포와 해외파 테러리스트의 유입 차단이다. 이 지역은 시리아,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팔레스타인 출신 테러리스트들이 시리아 국경을 통해 몰려드는 곳으로 자르카위의 최근 은신처로 알려져 있다.
미군이 대대적인 급습에 나선 이유는 자르카위를 제거하기 위한 것. 지난해 10월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 충성을 약속한 그가 이라크 내 테러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두 번이나 놓쳐=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르카위 체포가 멀지 않았으며 자르카위 조직이 와해 직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체포 시기와 장소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도 미군이 자르카위의 핵심 정보망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최근 두 번이나 자르카위를 놓쳤다. 지난달 28일 미군은 자르카위가 입원한 바그다드 서부도시 라마디의 병원을 급습했으나 체포에 실패했다. 2월 20일에도 라마디의 검문소에서 미군은 그가 탄 차량을 세웠지만 자르카위는 검문을 피해 맨발로 도주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