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메이저리그 최다득점 신기록(2246점)을 세운 뒤 기념으로 받은 ‘골든 홈플레이트’를 치켜들고 있는 리키 헨더슨.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해 나이 47세. 웬만한 감독은 선배님이라 불러야 한다.
이미 이룰 것은 모두 이뤘다. 1979년부터 2003년까지 25시즌을 뛰었고 통산 도루(1406개)와 득점(2295개)에선 미국 프로야구 130년 역사를 통틀어 톱에 올랐다. 가히 메이저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대도(大盜)’ 리키 헨더슨의 야구인생은 오십줄을 바라보는 올해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헨더슨은 10일 올해 출범한 신생 독립리그 골든베이스볼리그의 8개 팀 가운데 하나인 샌디에이고 서프독스와 입단 계약했다.
계약 조건은 월급 3000달러(약 300만 원). 선수 몸값이 치솟기 전인 1994년 소속팀 오클랜드에서 받았던 자신의 최고 연봉 480만 달러와도 비교가 안 되는 적은 액수. 하지만 그에게 돈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헨더슨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나는 야구를 사랑한다. 매년 시즌을 맞을 때마다 마치 생애 첫 시즌인 것처럼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메이저리그에 ‘뛰는 야구’ 시대를 연 상징적 인물. 통산 12차례 도루왕을 차지했으며 1980년부터 1991년까지 단 한 시즌만 1위 자리를 내줬다. 한 시즌 도루 기록은 무려 130개.
통산 타율은 0.279이지만 2190개의 볼넷을 얻어 출루율은 0.401에 이른다. 홈런도 297개를 기록한 호타준족의 대명사.
2002년 시즌 뒤 8번째 팀이었던 보스턴에서 방출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은퇴를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독립리그로 내려가 야구를 계속했고 이듬해인 2003년 시즌 중 베테랑의 경험을 필요로 했던 LA다저스를 통해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는 감격을 누렸다.
2003년 시즌이 끝난 뒤 불러주는 팀이 없자 그는 다시 애틀랜틱리그의 뉴어크 베어스에서 활동했다. 그의 에이전트인 제프 보리스는 “헨더슨은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어 하며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헨더슨은 그의 기록만으로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이 충분하지만 그가 현역을 고집하고 있어 입회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명예의 전당 입회 후보 자격은 은퇴 후 5년이 지나야 얻게 된다.
그의 시대는 끝났는지 몰라도 도전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