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건국신화인 주몽신화에서 한민족의 집단무의식을 읽어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창재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정신분석 전담교수는 “주몽신화를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아버지다움을 내면화하지 못한 채 어머니에게 집착하는 오이디푸스콤플렉스, 힘 없음에 대해 한스러움을 느끼는 권력콤플렉스, 그리고 이로 인한 형제콤플렉스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 ‘한중일 영웅신화의 공통성과 차이성에 대한 정신분석적 비교’를 14일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열리는 ‘비교학적 관점에서 본 동아시아 신화의 정체성’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주몽신화는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강의 신 하백의 딸 유화가 난 알에서 태어난 주몽이 유화를 거둔 동부여 금와왕의 일곱 아들의 시기를 받다가 세 친구와 도망하며 여러 차례의 시험을 거친 뒤 졸본부여 왕의 딸과 결혼해 고구려를 건국한다는 내용.
이 교수의 논문은 주몽신화를 중국의 순(舜)임금 신화, 일본의 오호쿠니누시 신화와 비교했다. 세 신화 속 주인공은 가족사적 불행을 지고 태어나, 형제들과의 갈등을 겪다, 모험을 떠나 험난한 통과의례를 거치면서, 조력자를 만나 특정 과업을 성취하고, 행복하지 않은 최후를 마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 교수는 환웅과 주몽 등 한국 신화 속 많은 영웅이 장자가 아닌 서자나 사생아라는 점에서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과 존재가치를 존중받지 못한 서자들의 한이 민족 무의식으로 억압됐다가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한 중국과 일본 신화와 달리 주몽신화에는 어머니 이외의 여성 조력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유난스러운 ‘어머니 애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