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정고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포럼에서 한림대 정범모 석좌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국 사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운영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교육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한 세기를 이어온 한국 사립 중등학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획일적 방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포럼은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양정고(교장 엄규백·嚴圭白)의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양정고는 1905년 5월 12일 당시 경선궁 감무(監務)이던 춘정 엄주익(春庭 嚴柱益) 선생이 건립했다.
‘한국에서의 민립(民立)사학의 성립과 세계의 중등사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서울대 우용제(禹龍濟·교육학과) 교수, 한림대 정범모(鄭範謨) 석좌교수, 존 서튼 전 영국중등교장협회 사무총장, 프랭크 벨리야 캐나다 셔우드중 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우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난세의 땅에 민족사학으로 출발한 양정의 역사는 한국 중등교육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양정은 이제 민족사학의 전통과 공교육의 이념을 통합해 명문 사립 중등학교로 정체성과 독자성을 확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학 역시 국가의 공익을 증진하고 인간의 자아실현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공교육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개별적 설립취지를 펼 수 있는 자율성과 특수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리야 교장은 “학생들은 자신이 어떤 교육을 받을지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국가 차원의 교육발전을 위해서도 사립학교의 독자성이 보장돼야 하며 이를 통해 사립과 공립학교가 경쟁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