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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가구 1주택도 投機로 모는 ‘아파트 稅’

입력 | 2005-05-10 21:03:00


경기침체로 가계 수입은 줄거나 그대로인데 아파트 관련 세금이 갑자기 50%나 올라 아파트 주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아파트의 재산세가 50% 오른 곳은 10곳 중 7곳이나 된다. 단독 다가구 연립 다세대주택의 재산세는 오히려 14∼28% 내렸다. 아파트 주민들만 더 손해 보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거주하기 위해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한 실수요자도 아파트 가격이 올라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매매 차익을 올릴 수 있다. 이를 투기 소득으로 간주해 높은 재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물리면 선의(善意)의 피해자가 양산된다. 부동산 투기 억제도 좋지만 1가구 1주택 실수요자까지 투기꾼으로 모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국정과제 회의에서 “주택시장에서 생기는 모든 이익은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서민과 중산층은 집 한 채가 거의 전 재산인 경우가 많다. 중산층이 평생 벌어 마련한 집 한 채에 높은 세금을 매겨 집값에서 생기는 이익을 사회 전체가 나누어 갖자는 발상이 과연 사회적 형평에 해당하는가.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투기적 거래로 생긴 이익은 사유(私有)를 인정하면서 부동산시장의 이득은 공유하겠다는 발상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권의 침해 소지도 있다.

부동산 투기를 통해 큰 이득을 올린 경우나 과다 주택 보유에 대해서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재산 취득 과정도 따져보지 않고 실수요자의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부도덕한 투기꾼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를 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토지 소유자의 지대(地代)를 전액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19세기 말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사상에서 유래됐다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대책을 입안한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은 경북대 교수 시절 헨리 조지 연구회를 만들었고, 스스로 그의 영향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부동산 대책에 조지의 생각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아파트 보유세의 급격한 인상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 아파트에 실제로 거주하는 주민은 투기꾼도 아니고 봉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