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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동서남북/김해참사 3년…“이제 정부는 모르는 일?”

입력 | 2005-05-10 21:03:00


건설교통부 산하 항공조사위원회는 7일 중국 국제항공공사(CA) 소속 여객기의 경남 김해 돗대산 추락사고가 조종사의 미숙과 경험 부족 때문에 발생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2002년 4월 15일 악천후 속에서 김해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CA 여객기가 추락한 지 3년 만에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지만 유족들은 전혀 반기는 기색이 없었다.

이 사고로 166명의 탑승자 중 129명이 사망(한국인 111명)하고 생존자 대부분이 큰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 측의 무성의로 유족들은 전혀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번 조사결과도 보상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어서 더욱 답답해하고 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보상금으로 치유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측은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를 제시하며 보상협상을 어렵게 해 유족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왔다.

사고 책임이 기장에게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CA측은 이미 모든 항공사가 폐지한 책임제한 규정을 들먹이며 법정소송으로 갈 경우 2500만원 밖에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합의를 해 주면 위로금을 포함해 최대 2억원까지 주겠다는 제의에 사정이 급한 일부 부상자가 동의한 상태.

대한항공 괌 사고의 1인당 평균 보상액은 2억7000만원 수준이었고 끝까지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한 유족은 수십억 원을 받았다.

CA 여객기 사고의 유족들은 괌사고와 비슷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정다툼이 길어지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사고조사 결과가 나오면 소송에 도움이 될까 기대했는데 보상근거가 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을 보고는 더욱 더 허탈해하는 분위기.

여동생과 조카 2명을 잃은 양광조(43) 씨는 “가장을 잃은 유족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경우도 많다”며 “관제탑 실수도 인정된 만큼 정부가 은행대출을 알선하는 등 최소한의 도움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고 당시 대선을 앞둔 여야 대표와 장관들이 피해자 가족을 찾아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족은 이런 약속을 누구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