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초이’ 최희섭(26·LA다저스)이 역전 결승 홈런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알렸다. 반면 시즌 4승을 노리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32·텍사스)는 다 잡았던 승리를 날렸다.
최희섭은 11일(한국 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경기에 1루수 겸 2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6-7로 뒤진 6회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려 팀의 9-8 승리를 이끌었다. 4일 만에 터진 시즌 6호 홈런.
짐 트레이시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상대 투수에 따라 좌타자 우타자를 번갈아 기용하는 것)’ 때문에 9일부터 이틀 동안 벤치를 지켜야 했던 최희섭은 이날 볼넷 하나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4타점의 불방망이로 마음고생을 풀었다. 타율은 0.269에서 0.280으로 좋아졌다.
이날의 가장 극적인 장면은 6회. 3-7로 뒤지던 다저스가 6회 들어 3점을 뽑으며 6-7까지 추격했고 2사 1, 2루의 추가 득점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희섭이 막 교체된 투수 케빈 자비스와 맞섰다. 최희섭은 3구째 변화구를 때렸고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가운데 관중석에 꽂혔다.
박찬호 - 동아일보 자료사진
최희섭은 1회 무사 2루에서 중전 적시타로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최희섭이 웃는 사이 박찬호는 불운에 울었다.
박찬호는 디트로이트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4-0으로 앞선 6회에 4실점하며 무너져 승리를 날렸다. 6회 2사까지 5탈삼진 8피안타 1볼넷 4실점. 3승1패를 유지했고 평균자책은 4.99로 높아졌다.
6회 선두타자인 3번 카를로스 기옌과 4번 론델 화이트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한 박찬호는 안타 두 개를 더 맞아 2실점한 뒤 2사 2, 3루에서 마운드를 내줬다. 구원에 나선 덕 브로케일이 연속 안타를 맞는 바람에 박찬호가 내보낸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텍사스는 4-4 동점인 7회 게리 매튜스 주니어의 솔로홈런으로 5-4로 승리.
박찬호는 이날 2회 2사 후 라몬 마르티네스의 투수 앞 강습 타구를 발로 막아낸 뒤 튀어 오른 공을 맨손으로 잡아 1루에 송구, 아웃을 잡아내는 ‘명장면’을 연출해 관중의 갈채를 받았다.
한편 박찬호는 ‘올해의 재기선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MLB.com’의 더그 밀러 기자는 이날 “박찬호가 올해부터 거액의 계약금에 걸맞은 활약을 하기 시작했다”며 박찬호를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재기선수상’ 후보 4명 중 한 명으로 언급했다.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