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3월 쌀 협상과 관련한 인도와의 후속 협상에서 인도 쌀을 당초 예정보다 6만 t 이상 더 구입하기로 합의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말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농림부 장관이 참석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쌀 협상 관련 세부 내용을 나중에 공개하기로 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12일 시작되는 쌀 협상 관련 국정조사에서 정부의 협상력과 문건 공개 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춘 이유를 놓고 여야 의원 및 정부 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본보가 확인한 정부의 쌀 협상 관련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올해 3월 10일 인도와의 협상에서 대북 지원용으로 총 3만 t의 쌀을 구매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인도는 한국이 최소한 12만5000t을 구매해야 한다고 맞섰다.
문건에서 농림부는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인도와의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인도 요구를 모두 수용하지 않는 한 시한 내 타결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농림부는 2014년까지 쌀 시장 개방을 미루는 대가로 인도 쌀 9만1210t을 대북 원조용으로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구매량이 양자 협상 초기 한국 정부가 제안한 양(3만 t)의 3배로 불어난 것.
농림부는 당초 한국이 2001∼2003년 인도 쌀을 수입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쌀 의무 수입국에서 인도를 배제했다. 이에 대해 인도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대우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발하자 1995∼2000년의 인도 쌀 수입 실적을 감안해 연간 9121t씩 10년간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