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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즈려밟기]태백산~대덕산강원 들꽃 트레킹

입력 | 2005-05-12 15:32:00

백두대간 금대봉 아래 싸리재(두문동재)에서 분주령으로 가는 임도변 잡목숲을 뒤덮은 듯 핀 산괴불주머니. 조성하 기자


봄을 맞은 백두대간. 산과 골짜기, 고갯마루마다 오만가지 봄꽃이 앞 다투어 꽃잎을 열고 있다. 오직 산에서만 보는 이 같은 진풍경. 지나치기 아까워 지리산 천왕봉부터 남덕유 북덕유를 거쳐 삼도봉까지 마루금을 따르던 ‘백두대간 즈려밟기’ 시리즈는 계룡산 소백산을 훌쩍 건너뛰어 들꽃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 강원도 정선과 영월 태백으로 옮겨왔다.

그 시작은 화방재와 피재를 잇는 영월 정선 태백의 대간 산악이다. 대간의 마루 금을 따라 걷는 트레킹. 화창한 봄날 이보다 기막힌 소일거리가 또 있을까. 그런데 이 구간만큼은 걸음품 팔지 않고 자동차로도 대간의 봄꽃을 감상할 수 있다니 특별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코스는 이렇다. 들꽃이 많다 해서 이름 붙은 화방재, 국내 고갯길 가운데 가장 높은 만항재(해발 1330m), 산 높고 골 깊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선 태백 두 고을을 잇는 험한 고개 싸리재(혹은 두문동재). 이 고개를 자동차로 넘나든다. 또 대간의 함백산 정상도 역시 자동차로 오른다. 그리고 두문동재에서 차를 내려 들꽃 만발한 임도를 따라 꽃대궐 이루는 분주령까지 들꽃 트레킹을 즐긴다.

○ 대간마루 길섶 아롱다롱 꽃잔치


왼쪽부터 현호색, 얼레지, 선괭이눈. 조성하기자

태백 가는 길. 최근 몰라보게 좋아졌다.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에서 연결되는 38번국도가 영월까지 과거의 꼬부랑길 대신 뻥 뚫린 직선도로로 교체됐다. 대간을 찾아 화방재로 가자면 도중에 지나는 석항(영월)에서 31번국도로 갈아탄다. 화방재는 태백산 아래로 태백과 정선의 경계다.

화방재에서 보니 대간 마루는 만항재 함백산 은대봉 싸리재 금대봉을 차례로 지나며 북진한다. 여기서 만항재로 가려면 414번 지방도를 타야 한다. 구절양장의 대간 고개를 향하는 이 길. 만항재에 서니 아직도 겨울의 그늘이 짙다. 진달래가 이제 피고 눈 속에서 꽃대 내미는 얼레지가 지금 만발한다. 함백산 정상행 도로는 이 만항재에서 시작한다. ‘대한체육회 태백분촌(국가대표 고지대 훈련장)’이라고 쓰인 이정표를 따른다.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가 훈련하던 곳이다.

가파른 산길의 막바지. 대형 안테나타워가 나타난다. 함백산 정상 밑이다. 그 옆으로 지나는 또렷한 능선. 백두대간의 중봉이다. 대간은 이대로 대덕산과 천의봉으로 이어진다. 타워가 내려다보이는 가파른 산길에 차를 세우고 산을 오른다. 몇 걸음 앞에 정상이 있다. 차로 오르는 백두대간의 산정. 기막힌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정상 표석 앞에 선다.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산의 바다. 파도처럼 오르내림이 분명한 높고 낮은 산악에서 ‘강원도의 힘’이 느껴진다. 가까이로 고지훈련장의 탄탄트랙이, 멀리로 백운산의 강원랜드 스키장 슬로프(공사 중)와 고한읍내가 보인다.

차를 몰아 38번 국도로 두문동재(싸리재)를 찾았다. 정선 태백의 경계를 이루는 이 고개. 마루에 오르려면 터널을 피해 옛길을 택한다. 최근 쌍굴 개통 후 각 굴이 일방통행으로 바뀌어 옛길로 접근하는 것은 정선에서 태백 방향으로만 가능해졌다.

○ 얼레지-양지꽃-개별꽃… 정겨운 얼굴들

화방재와 만항재를 잇는 백두대간 준령 아래의 414번 지방도.

싸리재 역시 대간 마루다. 여기서 대간은 금대봉 대덕산(북쪽), 은대봉 함백산(남쪽)을 아우른다. 고갯마루에 차를 두고 분주령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분주령은 금대봉∼대덕산의 마루금을 자르는 옛길의 고갯마루. 싸리재와 분주령을 잇는 금대봉 아래 숲 길가는 들꽃 천지다. 40분가량 걷는 내내 꽃길이 이어진다.

그 길은 싸리재를 등지고 방화선으로 구축된 임도를 따른다. 길섶을 덮은 작은 들꽃은 앙증맞기만 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쉼없이 피고 지는 이곳 들꽃. 올봄은 지난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잡목 숲을 정리하고 주목(묘목)을 심어 둔 길 주변을 노란 산괴불주머니가 온통 뒤덮었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정선국유림관리소(사북경영팀)의 정리 작업 결과다. 김진각 팀장은 “주목 숲으로 가꾸기 위해 잡목을 솎아 냈더니 햇빛이 잘 들어 뭇 봄꽃이 앞을 다투어 핀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노란 산괴불주머니와 연보랏빛 얼레지, 노란 양지꽃, 이번 주에는 하얀 태백제비꽃과 노랑무늬붓꽃, 개별꽃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금대봉은 특별하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를 품는다. 싸리재 옛길(태백 쪽)의 산기슭 길가에 있는 너덜샘(낙동강), 분주령과 태백(창죽동)을 잇는 계곡의 검룡소(한강)가 그것이다. 대간 여행길에 들꽃도 보고 두 강 발원지를 섭렵한 것은 두고두고 자랑할 일이다.

○ 여행정보

◇찾아가기=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국도∼석항∼31번국도∼화방재(어평재)∼414번 지방도∼만항재∼태백분촌∼만항재∼38번국도∼싸리재(두문동재).

◇맛집 △곤드레나물밥=향긋한 햇나물로 밥을 짓는다. 38번국도 예미 입구의 ‘정원광장’. 5000원. 033-378-5100 △두부=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듦. 31번국도 영월 상동읍의 ‘승량이’ 버스정류장 앞 맷돌촌두부식당 033-378-5845 △삼겹살·쌈밥=잘 숙성된 고원돼지의 쫄깃한 육질. 정선군 사북읍 사북농협 뒤 ‘아리랑회관’ 033-592-2600 △꽁보리밥=정오부터 1시간만 3000원. 이후 4000원. 태백시내 ‘시골보리밥’ 033-553-3343

○ 패키지여행

◇태백 분주령 야생화 탐방과 낙동강 협곡열차=한국관광공사 선정 ‘2005년 국내 우수 관광상품 20선’에 든 1박2일 패키지(15만5000원). 17, 28일과 6월 4일 출발(서울). 당일 패키지(3만 원)는 매주 토, 일요일.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영월 정선 태백=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