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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종합]‘부전여전’ 복싱 한국챔피언 탄생

입력 | 2005-05-12 17:59:00

아빠 닮았네대를 이어 한국 챔피언에 오른 우지혜(위 오른쪽) 우동구 부녀. 아버지와 딸은 스파링 파트너가 되어 직접 주먹을 주고받으며 훈련을 한 끝에 국내 최초의 부녀 챔피언이 됐다. 미국에서는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아래 오른쪽)와 그의 딸 라일라 알리가 부녀 세계챔피언이 됐다. 사진 제공 크로스카운터


“이제는 세계 챔피언이 목표지요.”

국내 최초의 ‘부녀 챔프’는 더 큰 꿈에 부풀어 있었다.

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권투위원회(KBC) 여자 슈퍼 페더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김태선(29)에게 3-0 판정승을 거두고 초대 한국챔피언이 된 우지혜(18). 그는 현역 시절 ‘불도저’로 불리며 주니어라이트급과 라이트급, 두 체급 한국챔피언을 지냈던 우동구(43) 씨의 맏딸.

국내에서 아버지와 딸이 복싱 챔피언 벨트를 맨 것은 우씨 부녀가 처음.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와 현재 국제여자복싱협회(WIBA) 슈퍼 미들급 챔피언인 라일라 알리 부녀가 대를 이은 챔피언.

우지혜의 아버지는 감독이며 어머니 손현숙(41) 씨는 코치 역할을 한다. 남편을 따라 복싱경기장을 오가거나 경기비디오를 분석해 온 손 씨는 기술에 관한 조언도 해줄 정도의 복싱이론가.

우지혜가 글러브를 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초등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꾸준히 해온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복싱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딸의 적성을 분석해 본 결과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보다는 복싱 세계챔피언이 더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3월 프로 테스트를 거쳐 7월에 데뷔한 우지혜는 ‘챔피언의 딸’답게 3전 전승을 거두며 챔피언에 올랐다. 그리고 인생의 목표를 정했다.

“그동안 복싱이 과연 내 인생의 길인가 반신반의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한국챔피언이 되고 나서 확신이 들었어요. 앞으로는 세계챔피언이 목표입니다.”

복싱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우 씨는 매일 딸의 스파링 파트너를 해 왔다. “나를 때리라”며 딸의 펀치를 맞아 보고 강도를 점검하고 자세도 교정해 준다. 요즘도 하루에 인근 야산을 두 바퀴 돌고 3000번 이상의 줄넘기를 할 정도로 힘든 훈련을 시킨다.

그러나 우지혜도 이제는 아버지의 마음을 안다. “남에게 배우는 것보다 의사소통이 잘 되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시니까 좋습니다.”

한편 우지혜의 동생 우병준(17)도 올해 프로복싱 신인왕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

온 가족이 세계챔피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