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홍만표·洪滿杓)는 12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李基明·69·현 이광재 의원 후원회장) 씨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이 씨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지질학자 허문석(許文錫·해외 잠적) 씨가 지난달 초 감사원 감사 직후 해외로 출국한 과정에 관여했는지 조사 중이다.
허 씨는 해외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초 해외로 출국하기 직전 이 씨를 만났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과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 허 씨를 출국시킬 필요가 있었던 사람이 결국 사건의 핵심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누군가 허 씨를 출국시킨 것은 이번 사건을 덮기 위한 의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 배후와 관련해 허 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당초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전날 구속된 김세호(金世浩·사건 당시 철도청장)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지난해 9월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일정에 맞추기 위해 유전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정황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들이 ‘김 전 차관이 대통령의 러시아 일정과 연관지어서 사업을 추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지어 무리하게 사업 추진을 한 이유가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정치권의 입김에 의한 것인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지난해 9월 중순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수행을 앞둔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을 직접 찾아가 유전사업 협조 요청을 한 것과 관련해 조만간 이 장관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지난해 8월 31일 김 전 차관의 지시를 받은 왕영용(王煐龍·구속) 당시 철도청 사업개발본부장에게서 유전사업에 대해 보고받은 김경식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이 ‘윗선’에 보고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9월 철도교통진흥재단에 650만 달러를 대출해 준 과정에 정관계 인사들이 압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