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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신부’ 김희정의원 “朴대표가 ‘장하다’ 칭찬했어요”

입력 | 2005-05-13 03:19:00


“뽑아주면 임기 중 결혼해서 애도 낳고 공인으로서 모범을 보이겠다.”

지난해 총선 때 이처럼 특이한 공약을 내세웠던 한나라당 김희정(金姬廷·34·사진) 의원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

17대 최연소 국회의원인 김 의원이 28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동산에서 LG CNS 프로젝트 매니저인 권기석(38) 씨와 결혼식을 올린다. 현역 의원이 임기 중 결혼(재혼 제외)하기는 김 의원이 처음. 주례는 김 의원의 연세대 정외과 선배인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맡는다.

김 의원은 2003년 부모님의 소개로 권 씨를 만났다. 권 씨는 중학교 때 독일로 가 아헨공대에서 전자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처음부터 권 씨의 자상함에 끌렸다는 김 의원은 한나라당 부대변인이던 2003년 말 프러포즈를 받았으나 ‘일단’ 거절했다. “그때 결혼하면 제대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런 김 의원을 권 씨는 묵묵히 ‘외조’하며 기다렸다. 지난해 총선 기간에는 주말마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로 가 선거사무소에서 청소 등 각종 허드렛일은 물론 비서노릇도 했다. 김 의원과 절친한 한나라당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키 180cm가 넘는 순한 남자가 김 의원 뒤를 따라다니기에 한동안 수행 비서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정활동이 시작되자 김 의원은 너무 바빠졌다. 둘은 만날 시간조차 없었고 종종 싸우기도 했다. 김 의원 커플은 고심 끝에 ‘자투리 시간 활용법’을 개발했다. 김 의원은 부산에서 지역구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10시경 김포공항에 도착하면 수행비서 대신 마중 나온 권 씨와 심야 드라이브를 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새벽에 권 씨 집 인근에서 야식을 즐기기도 했다.

현직 국회의원을 신부로 맡는 권 씨의 마음이 어떨지 궁금했다. 이에 김 의원은 “독일에서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정치’나 ‘권위’라는 개념에 자유로운 편”이라면서도 “내가 잘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휴대전화 카메라 안에 담긴 권 씨의 사진을 내보이며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내가 잘 못하면 외로워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 커플은 예물도 생략한 채 신혼여행도 국내에서 2박 3일 코스로 마칠 계획이다. 6월 1일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되기 때문. 2세는 ‘힘닿는 데’까지 낳겠다고 한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국회의원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신접살림은 권 씨가 사는 서울 신촌의 아파트에 차릴 예정. 당내 최고령 미혼 의원인 박근혜(朴槿惠·53) 대표는 김 의원의 결혼 계획을 보고 받고 이렇게 격려했다고 한다. “결혼 공약을 지켜서 장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