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이 특유의 강렬한 ‘눈빛 연기’를 무기로 칸 영화제에 이름을 내밀었다.
최근 촬영을 마친 중국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의 신작 ‘무극(無極)’의 필름 일부가 12일 칸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면서 주연을 맡은 장동건에게 해외 언론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때마침 그가 주연한 ‘태극기 휘날리며’도 프랑스 전역 110개 극장에서 11일 일제히 개봉됐다.
이날 칸에서 천 감독, 함께 출연한 중국 여배우 장바이즈(張栢芝) 등과 함께 기자 회견을 가진 장동건은 볼 살이 쏙 빠진 모습이었다.
그는 한국 중국 일본 배우들이 함께 참여한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특히 “혹독할 정도로 꼼꼼하게 연출하는 천 감독 덕분에 캐릭터의 감정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노예 쿤룬’ 역할에 대해 그는 “빛보다 빠르고 황소보다 힘센, 다소 만화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6개월간의 촬영기간 동안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입에 맞지 않는 음식. 해발 4000m 고지에서 촬영할 때는 고산병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어 대사를 일일이 외워 후반 녹음 작업에도 직접 참여한 장동건은 “중국어 특유의 성조를 구분하기가 힘들었지만 내 목소리를 관객에게 전하고 싶어 직접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장동건의 ‘눈빛’이 단연 화제였다. 천 감독은 “영화 ‘친구’를 본 뒤 캐릭터를 정확하게 소화해 낸 점이 좋아 장동건을 발탁했다”며 “눈으로 말할 줄 아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쿤룬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장바이즈는 “장동건의 눈만 봐도 까무러칠 정도”라면서 “촬영장에선 지독할 정도로 몰입하는 연기자이지만 영화 바깥에서는 한없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12월 세계시장에서 동시 개봉 예정인 ‘무극’은 공식으로 초청받지는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천 감독과 ‘와호장룡’을 찍은 촬영 감독 피터 파우의 명성 때문인지 공식 상영작 이상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무극’은 제작비 3000만 달러(약 300억 원)가 투입된 무협 판타지 영화로 아시아판 ‘반지의 제왕’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칸=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