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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찬호… 희섭… ‘메리저리그 대박’ 엑스포츠 함박웃음

입력 | 2005-05-15 17:14:00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로 출범 두달여만에 1000만 시청가구를 확보한 케이블채널 ‘엑스포츠’는 박찬호(위) 최희섭 등 한국 메이저리거의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엑스포츠


최근 케이블TV 업계에선 출범 두 달 만에 1000만 시청 가구를 확보한 신생 채널 ‘엑스포츠’가 화제다. ‘엑스포츠’는 스포츠 전문 채널로 4월 9일 본방송을 시작했다. 시청가구가 1000만 이상인 채널은 130여 개 케이블 채널 중 OCN, 홈CGV, MBC드라마넷, MBC-ESPN, YTN, m.net, 수퍼액션 등 7개밖에 되지 않는다.

‘엑스포츠’가 최단기간에 1000만 가구를 확보한 비결은 바로 미국 메이저리그를 중계하기 때문. 박찬호 최희섭이 연일 멋진 활약을 보여 주는 덕에 이들 경기가 중계되는 시간대 시청률은 2%대로 케이블채널 시청률 1위를 달린다. 박찬호 서재응 최희섭 경기가 잇따라 방영된 5일엔 평균 1%의 시청률로 만화채널인 투니버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엑스포츠’의 모회사인 ‘썬TV’는 지난해 4800만 달러(약 480억 원)에 4년간 메이저리그 전 경기 중계권을 확보했다.

당시 MBC 등 지상파 3사는 중계권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이유로 계약을 포기했고 케이블 업계도 ‘썬TV’가 지나친 도박을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MBC는 2001∼2004년 시즌 중계권을 3800만 달러에 샀으나 박찬호가 최악의 부진을 보여 재미를 보지 못한 쓴 경험이 있었다.

‘썬TV’는 판권 계약 후 위성채널인 스카이라이프에 400억 원을 조건으로 중계권 일부를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스카이라이프는 주주 중 하나인 MBC가 반대하고 박찬호 최희섭 등의 활약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이를 포기했다. 케이블 채널도 냉담한 반응이었다.

‘썬TV’는 클래식영화 채널이었던 ‘TCN’을 인수해 직접 방영에 나섰다. 박찬호가 연이어 호투를 보이며 승리를 따내고 최희섭도 맹타를 휘두르자 상황이 반전됐다.

방송위원회와 지역유선방송사업자(SO)엔 ‘엑스포츠’를 지역 케이블에서 내보내게 해달라는 시청자의 민원이 빗발쳤다. 이에 100여 개의 SO가 부랴부랴 ‘엑스포츠’에 채널을 할당해 방영하기 시작했다.

온미디어의 케이블채널 ‘수퍼액션’도 ‘썬TV’로부터 올해 80경기의 중계권을 약 30억 원에 사서 방영하고 있다.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지역 민영방송은 물론 스카이라이프도 뒤늦게 중계권 협상에 나서고 있다.

지상파 3사는 현재 뉴스 시간에도 박찬호 최희섭의 경기 장면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지상파의 자존심’ 때문에 ‘썬TV’로부터 뉴스 중계권을 사지 않고 있다.

‘썬TV’ 김정환 제작본부장은 “중계권을 독점하지 않고 적정한 가격에 여러 매체에 판매하겠다”며 “내년부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케이블 업계는 ‘엑스포츠’의 성공을 의미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케이블 채널이 TV 영화와 만화의 주도권을 지상파에서 가져온 것처럼 스포츠도 곧 케이블이 장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항상 스포츠 중계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수퍼액션’은 40억 원을 주고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는 이승엽의 전 경기 중계권을 확보했으나 이승엽의 부진으로 손해를 봤다. 스카이라이프도 이천수를 겨냥해 2004∼2006년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프리메라리가 중계권을 샀다가 이천수의 연이은 결장으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