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후 여성이 나이가 들수록 키가 작아지고 허리가 굽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뼈엉성증 위험 신호’. 20대부터 미리 집중관리를 통해 건강한 뼈를 만드는 것이 예방의 관건이다.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불균형은 뼈엉성증의 장기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첫눈처럼 맑고 뽀얀 피부. 볼륨은 있지만 군살은 없게 ‘쫙 빠진’ 몸매. 2005년 대한민국 미인의 필요조건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평균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23.42로 1998년(23.11)보다 조금 늘었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25∼39세 여성의 BMI는 1998년보다 낮다.
최근 화제가 된 ‘가로등 기둥 뒤로 몸을 숨기는’ CF모델은 요즘 젊은 층의 다이어트 열풍을 극단적으로 대변한다. 그러나 몸매에 열광하는 젊은 여성들과 달리 그 광고 장면을 보고 ‘뼈엉성증(골다공증)’을 떠올린다는 의사들도 많다.
○ 골병(骨病) 들게 만드는 ‘안 먹기’ 다이어트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의 뼈엉성증 환자 진료 건수는 1995년보다 10.1배가 늘었다. 이 기간 전립샘(전립선)비대증(11.8배)에 이어 증가율 2위.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200만 명의 뼈엉성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의사들은 “비만 체형의 유일한 장점은 뼈엉성증 위험이 적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마른 체형은 뼈엉성증 발생의 주요 위험인자다. 특히 적절한 운동 없이 그저 ‘안 먹어서 빼는’ 다이어트의 반복은 뼈엉성증으로 가는 확실한 지름길이다.
우리 몸의 뼈세포는 6∼7년을 주기로 전체가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오래 묵어 약해진 뼈세포를 흡수해 없애는 ‘파골세포’와 새 뼈세포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활동이 균형 있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성장이 멈춘 뒤에도 일생 동안 반복된다. 그런데 누구든지 30대 중반에 뼈의 밀도가 최고치에 이른 뒤부터는 이 균형이 깨지기 시작해 골밀도가 조금씩 줄어든다. 이 무렵 뼈의 흡수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생성 속도가 너무 느려 생산량이 흡수량을 따라가지 못하면 뼈엉성증이 생긴다.
평소의 근력 운동 부족은 골밀도 감소의 가장 큰 원인. 운동을 하지 않아 근육이 약해지고 양이 줄어들면 근육으로 둘러싸인 뼈에 전달되는 자극도 자연히 적어진다. 이렇게 되면 뼈에 있는 미세혈관의 혈류량이 감소해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진 약한 뼈세포가 많아지게 되는 것. 약해진 뼈세포가 많으면 파골세포 활동이 조골세포 활동을 앞지르기 쉽다.
○ 피부미인은 ‘골빈(骨貧)’ 미인?
미백 기능성 화장품, 자외선 차단제… 백인에 가까울 정도로 새하얀 피부미인이 넘쳐난다. 그러나 이렇게 하얀 미인은 흔히 ‘건강미인’으로 불리는 구릿빛 피부의 여성보다 실제로 뼈 건강에서 뒤져 있기 쉽다.
수영복 차림으로 1시간 일광욕을 하면 피부에서 약 2000단위(IU)의 비타민D가 합성된다. 비타민D는 소장의 칼슘 흡수를 촉진하고 뼈세포의 분화를 돕는 물질. 하루 요구량은 400∼800IU 정도다. 의사들은 얼굴 외에 팔과 다리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을 것을 권한다.
최근 우리나라 여성의 혈중 비타민D가 다른 나라 여성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타민D 결핍은 뼈엉성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을 크게 높인다. 햇볕에 나서는 것을 지나치게 꺼리지 말고 등 푸른 생선과 우유를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 젊을 때부터 예방하자
뼈 건강의 성패는 35세 최대 골밀도에 이르기 전에 얼마나 충실한 뼈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일단 뼈엉성증이 나타나면 효과가 더딘 치료약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 식단 조절과 꾸준한 운동으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수영보다는 몸무게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줄넘기, 등산, 인라인스케이팅, 조깅 등이 뼈엉성증 예방에 좋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임승길 교수,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민용기 교수,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강병문 교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영원한 강골은 없다”…남성도 골절 조심을▼
폐경기 여성이 뼈엉성증(골다공증)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뼈 단면에서 바깥 피질보다 안쪽 섬유질이 더 두껍다. 폐경으로 호르몬 분비가 갑자기 줄면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섬유질이 급속히 약해져 뼈엉성증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꼭 폐경기 여성에게만 뼈엉성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뼈엉성증으로 인한 남성 골절 환자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남성 환자는 전혀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골절을 당하고 나서야 골밀도 문제를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치료가 더 어렵다.
뼈엉성증으로 인한 골절은 척추, 허벅지뼈, 손목뼈 등에 잘 생긴다. 특히 허벅지뼈 윗부분이 부러진 경우에는 15∼20%가 1년 이내에 사망한다. 폐렴, 욕창 등의 합병증 때문. 생존 환자의 약 50%도 통증 때문에 남은 생애 동안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어렵다.
허벅지뼈 골절의 30%가 남성에게서 발생하는데 사망률은 여성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골절 시기가 늦어 합병증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50세 이상 남성의 약 50%가 정상인보다 낮은 골밀도를 갖고 있으며 60세 이상 남성 4명 중 1명이 뼈엉성증 골절을 경험한다.
남성 뼈엉성증의 원인은 보통 남성호르몬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남성이 여성의 폐경기와 같은 급격한 호르몬 감퇴기를 겪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남성도 서서히 갱년기를 맞게 된다.
당질코르티코이드나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남성, 흡연과 음주가 심한 남성에게도 뼈엉성증이 생기기 쉽다. 전립샘암 치료를 위해 고환을 절제한 환자는 여성의 폐경기와 비슷한 빠르기로 골밀도가 떨어지므로 수술 후 바로 뼈 흡수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도움말=을지병원 내분비내과 민경완 교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