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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투병 성공기]“B형 간염 보균때 잡을 걸” 뒤늦은 후회

입력 | 2005-05-15 17:59:00


1988년 직장건강검진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란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러나 A(당시 35세) 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2년 뒤 A 씨는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뒤늦게 술과 담배를 모두 끊었다. 그러나 이미 배에 물이 차는 등 증세는 심각해졌다.

1995년 8월 처음으로 세숫대야 밑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피를 토했다.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간경화의 합병증으로 식도의 정맥류가 터졌다고 했다. 복막염도 나타났다.

A 씨는 그때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자꾸 지쳐갔다. 그래도 “언젠가는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희망만큼은 잃지 않았다.

6번째 터진 정맥류를 묶기 위해 입원을 하던 날이었다. 의사가 간암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게다가 간경화가 심해 수술도 어렵다고 했다.

그때부터 1996년 중순까지 A 씨는 11번이나 입원을 해야 했다. 여러 치료법을 동원했지만 암세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직장은 물론 모든 사회생활을 중단해야 했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A 씨는 “나는 반드시 나을 것”이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의사가 간이식을 권유했다. 의사는 A 씨에게 “간이식을 하면 간경화와 간암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잘못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A 씨는 ‘희망’ 쪽에 운을 걸었다. 천운이었을까. 마침 사망자의 간도 바로 확보됐다. 1996년 10월. A 씨는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로부터 8년 5개월. 간암에서 벗어난 A 씨는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다. A 씨는 매주 한번 병원을 찾아 간암 환자를 격려한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용기를 잃지 말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당시 A 씨의 간이식 수술을 했던 조재원 교수의 말이다.

“얼마 전 A 씨가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왔을 때 자신은 새로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모든 간암 환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는 당신도 새로 태어날 수 있다고요.”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