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글쎄 그리 대단한 것은 없지만 남들에게는 어려운 일을 찾아다니는 사람처럼 보이나 보다. 1995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나는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의 아주 작은 섬 ‘얍’이라는 곳으로 자원봉사를 떠났다. 몇 차례 비행기를 갈아탄 뒤 도착한 그 섬은 마치 500여 년 전에 시간이 멈춰 버린 곳 같았다.
많은 신기한 것들 중에서도 스톤머니(Stone Money)가 생각난다. 말 그대로 돌로 된 돈이다.
그곳에서 고교 교사로 일하게 된 나는 그 돌이 돈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 현지 학생들에게 3000달러와 스톤머니 중 어떤 것을 택하겠느냐고 물어봤다. 그들은 만장일치로 스톤머니를 택했다.
‘돌돈’이라 해서 작은 엽전을 생각하면 안 된다. 이 돌은 커다란 도넛 모양으로 웬만한 성인 남자 키보다 크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작은 배로 다른 섬에서 더욱 큰 돌돈을 날라 오려다가 물에 빠져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한다.
이 돌돈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폐도 이 돌돈처럼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우리가 목숨을 걸고 인생을 바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얼마나 허무한가.
돈만을 좇기보다는 뭔가 보람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1년 뒤 뉴욕으로 돌아와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전형적인 미국 회사였다. 모든 것이 편안했다. 적어도 남들이 보기엔. 하지만 작은 섬에서 꿈꾸던 ‘세계’가 계속 나를 유혹했다.
마침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아는 분이 중국에 공장을 차린다는 얘길 들었다.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에 나는 당장 중국으로 날아갔다. 중국이 커다란 기회의 땅으로 다가온 것이다. 황무지 같은 곳에 공장을 세우는 일을 담당했다.
중국시장을 누비며 한국 제품을 팔기도 했다. 중국인들과 부대끼면서 화상들의 대화법, 협상법 등 놀라운 상술을 배웠다.
한국에 돌아와 경영대학원을 마친 뒤 대기업을 마다하고 다시 중소기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인터넷 열풍이 한 차례 지나가고 거품이 빠진 상황에서 나는 생활용품 인터넷쇼핑몰 운영을 시작했다.
물건은 온라인에서 팔지만 경쟁력은 오프라인에서 나온다는 생각에 직접 돌아다니면서 팔 물건을 고르고 가격을 흥정했다. 그 덕분에 현재 월 매출이 1억 원에 육박한다.
매일 밤 12시를 넘겨 퇴근하고, 사업자금 때문에 숱한 어려움에 지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얍에서 그린 ‘꿈의 지도’를 생각한다. 그리고 세계를 무대로 한 전자상거래 국제 거상을 꿈꾼다. 현재는 작은 변두리 마을에 머물고 있지만….
▼약력▼
1973년생으로 미국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통계학)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토익 만점 강사 생활을 거쳐 현재 온·오프라인 생활용품 유통업체 S&L글로벌(www.2deco.com) 대표로 일하고 있다.
김경원 S&L글로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