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킹덤 오브 헤븐’이 아랍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고 알 자지라 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이 방송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충돌을 주제로 한 서방의 영화가 이슬람권에서 인기를 끈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아랍의 눈으로 본 십자군’이라는 책의 저자인 아민 마아라우프 씨는 “할리우드 영화는 무슬림을 미국에 맞서 테러를 일으키는 ‘피에 굶주린 야만인’으로 그려 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을 깼다”고 분석했다.
이 영화는 12세기 제2차 십자군 원정에 나선 유럽의 기사들과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의 군대가 벌이는 한판의 전쟁을 다뤘다.
이집트 카이로에 사는 디아나 엘리만 씨는 “특히 1187년 십자군으로부터 성지인 예루살렘을 탈환한 살라딘을 영웅적으로 그렸으며 기독교와 이슬람의 공존을 역설해 좋았다”고 말했다.
물론 아랍인 모두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레바논 학자 아사드 아부칼릴 씨는 뛰어난 서구인이 열등한 아랍인을 교화한다는 통념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의 기사 발리안이 팔레스타인 백성들에게 우물 파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은 마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의 황무지를 풍요의 땅으로 바꿨다는 ‘시오니즘’을 보는 듯했다”면서 불쾌해 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