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불편한 게 많을 텐데 이런 서비스까지 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13일 오후 대전 동구 효동 동사무소 2층.
특수전문교육기관인 대전맹학교(교장 김원중)에 재학 중인 30, 40대 학생들로부터 안마와 지압, 발마사지 서비스를 받은 이 동네 노인들은 미안함과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인들은 “해마다 이런 봉사를 서 너 차례 받는다”며 흐뭇해했다.
대전맹학교가 지역주민을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름다운 동네 만들기’의 일환으로 교내 임상실을 개방한 뒤 주민을 대상으로 침술, 안마시술, 발마사지 등의 서비스를 한 것.
자원봉사는 침술과 안마시술을 체계적으로 배운 고등부 3학년생이 주로 맡는다. 이들은 정기수업을 마친 뒤 오후 4시까지 학교 외래 임상실에서 주민을 맞는다.
가정의 달인 5월에는 해마다 인근 동사무소와 노인복지시설을 직접 찾아가 봉사의 손길을 뻗친다.
지금까지 이런 서비스를 받은 주민은 3000여 명에 이른다. 소문이 나면서 충북 옥천 등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노인들도 있다.
김원중 교장은 “주민이 개최하는 경로잔치에 부르면 언제든지 찾아간다”며 “학생들에게는 실습의 기회가 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동구 가오동에 사는 김 모(76·여)씨는 “소화 장애로 인해 오랫동안 고생하다 최근 학생들로부터 치료를 받으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며 “학생들의 손길이 눈에 보이지 않는 노인의 외로움까지 어루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