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의원(왼쪽)-이기명씨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치권 배후설’의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검찰은 수사 막바지에 배후로 거론되는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선후보 당시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李基明) 씨 문제로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 의원에 대해 ‘낙관’ 분위기=검찰은 이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과 주변 인물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이 의원이 이 사건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조사해 왔다. 하지만 사법 처리를 할 수 있는 금품수수나 압력 행사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는 찾아내지 못했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돈 문제의 경우 이 의원의 선거 참모들이 지난해 4월 총선을 전후해 유전사업을 주도한 부동산개발업자 전대월(全大月·구속) 씨에게서 돈을 받아 대부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정도다. 그것도 이 의원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진술이다.
검찰의 계좌 추적 등을 통해서도 그 돈이 이 의원에게 직접 전달된 흔적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청와대나 정부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이 의원이 전 씨에게 지질학자 허문석(許文錫·해외 잠적) 씨를 소개했다는 것과 허 씨가 지난해 7, 8월 이 의원이 주도한 에너지 관련 세미나 관계로 이 의원 사무실을 가끔 드나들었다는 정도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이 의원에 대해 다소 자신 있어 하는 표정이다. 사법 처리가 가능할 것 같다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검찰이 유전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 의원의 또 다른 ‘무엇’을 확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기명 딜레마=유전사업을 둘러싼 여러 정황을 보면 이 씨가 오히려 이 의원보다 깊게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전사업 과정에서 정치권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허 씨와의 깊은 관계 때문이다.
그러나 이 씨에 대한 의혹이 주로 허 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이 씨에 대한 처리가 이 의원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이후 잠적한 허 씨가 자진 귀국하지 않는 한 이 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검찰에서는 이 씨가 유전사업이나 허 씨의 해외출국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한 단서가 포착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 씨나 왕영용(王煐龍) 전 철도청 사업개발본부장, 김세호(金世浩) 전 건설교통부 차관 등 사건 핵심 관련자들에게서 이 씨와 관련한 진술이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