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는 지난주 프랑스의 인구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6020만 명인 인구가 2050년이면 7500만 명에 이르러 독일을 제치고 유럽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될 것 같다. 사망률이 낮아지고 유입 인구가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높아진 출산율 때문이다.
프랑스의 가임 여성은 1명당 평균 1.89명을 출산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79명인 영국이 이에 근접할 뿐 독일(1.3명) 이탈리아(1.23명) 스페인(1.1명)은 모두 크게 못 미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럽 이웃 나라들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프랑스를 부러워하는 눈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지는 “프랑스가 인구 증가 덕분에 유럽연합(EU)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높은 출산율은 미래의 노동력과 구매력을 보장하는 등 경제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령화사회에 따라 증가하는 연금 지출을 이들 젊은 노동력이 떠받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인구가 곧 국가의 자산’인 것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부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정말 닮고 싶은 점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애써 온 프랑스 정부의 노력이다.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가족 및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1985년에는 이를 확대해 대통령 직속기구인 고등심의회를 발족했다. 1994년부터는 총리와 관련 부처 장관, 사회단체, 지방의원, 전문가 등이 참여해 가족 문제를 협의하는 범국가적 연례 회의를 열고 있다.
이런 협의의 결과로 각종 정책이 만들어졌다. 자녀 수에 따른 가족수당은 첫 번째 아이 출산 때부터 지급된다. 3자녀 이상이면 수당은 월 250유로(약 30만 원)로 늘어난다.
탁아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다. 시청이나 구청 같은 행정기관마다 탁아소를 운영한다. 탁아소를 운영하는 기업체는 운영비의 60%까지 세제 혜택을 받는다. 개별적으로 보모에게 아이를 맡기면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경우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유치원과 학교에서 맡아 주기도 한다.
출산휴가도 후한 편이다. 둘째까지는 16주, 셋째 아이 이상은 18주를 쉴 수 있다. 프랑스 정부가 이런 정책을 위해 책정하는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4.5%에 이른다. “출산과 육아 문제는 가족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문제이므로 국가가 이를 책임진다”는 프랑스 정부의 철학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한국도 불과 20년 뒤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부처별로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있으리라. 중요한 것은 당장의 효과를 위한 일회성이 아닌, 꾸준히 효과가 지속되는 일관성을 갖춘 정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의 책임’을 강조한 프랑스의 인구 정책도 수십 년이 지나서야 결실을 보고 있지 않은가.
금동근 파리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