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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김외정]쉽게 지을수 있는 목조주택 개발하자

입력 | 2005-05-17 18:04:00


전기밥솥에서 5인분의 밥을 짓는 데 발생하는 수증기를 물로 다시 모으면 큰 페트병 한 가득인 1500cc 정도가 된다. 겨울철 아파트의 실내가 밀폐되면 이들 수증기 일부만이 환기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이때 습기가 옷 이불 침대 소파 등에 스며들면서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곰팡이나 집진드기 발생에 좋은 조건을 만들게 된다. 또한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6가크롬’이 피부염의 원인이라는 뉴스도 있었다. 고층 아파트의 경제성과 편리함에 안주하려다 환경의 역습을 받고 건강 지키기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물론 실내의 마루, 벽체 등 내장 재료나 가구 등에 목재를 많이 사용하면 이런 현상을 줄일 수 있다. 목재가 실내 온도 및 습도 조절이 뛰어나고 유익한 미량 정유 성분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쾌적하고 건강한 주거생활을 위해서는 목조주택에 사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기후 풍토와 비슷한 미국 동부지역에서 목조주택이 콘크리트주택에 비해 연간 냉난방 비용을 23% 절감할 수 있고 특히 여름철은 42%, 겨울철은 28%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때문인지 선진국은 전통적으로 목조주택을 선호하고 있다.

연간 우리나라에 보급되는 목조주택은 3000채 정도다. 그것도 펜션 등 상업 용도가 많이 포함된 서양식 경골 목조주택이 대부분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통일신라시대에 이미 67m 높이의 황룡사 9층 목탑을 축조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목조건축문화 국가다. 한옥은 이런 전통을 잘 계승해 목재 황토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한 대표적 생태 건축으로 전승돼 왔다. 그러나 불편한 공간 구조에다 축조 비용이 비싼 한옥은 명맥 유지조차 버거운 현실이 됐다.

최근 참살이(웰빙) 붐과 함께 새로운 건강 개념으로 내 건강만큼 이웃과 후대의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적 참살이 ‘로하스(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시대에 목조주택이 재평가되고 있다.

목재는 고갈되지 않는 재생자원이면서 다양하게 재활용되는 친환경 재료이다.

목조주택은 철근콘크리트주택에 비해 재료 제조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반 수준이고 장기간 잘 관리하면 주택 면적의 8배에 해당하는 40년생 소나무 숲과 같은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묶어 둘 수 있어 마치 도시에 숲을 조성하는 효과를 가진다는 것이다.

다행히 4월부터 목조건축 지붕 높이 제한이 14m에서 18m로 완화되는 건축 법규정이 시행되면서 2층까지만 허용되던 목구조 건물을 최고 4층, 연면적 6000m²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또한 33만 평 이상의 신도시 건설에 단독주택을 20∼30% 의무화한 것도 목조주택 단지 개발에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근대화 과정에서 밀려났던 우리나라 목조 문화가 부활의 기회를 맞고 있다. 친환경 소재를 다양하게 혼용해 우리의 기후 풍토와 정서에 맞고, 현대 주거문화에 적합한 한국형 목조주택 개발에 초점을 맞추자. 표준화된 목재 부재를 공장에서 제조하고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건축 방식이 목조주택 경쟁력 확보의 핵심 과제다.

김외정 국립산림과학원 임산공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