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내수경기가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 설비투자와 민간 소비가 위축된 데다 경제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불확실성을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 일본식 불황 닮아가나
LG경제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이 저금리 상황에서 △설비투자 부진 △소비 위축 △신산업 부진이라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1991∼2003년 설비투자가 답보상태였다. 여기에 불황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겹쳐 명목임금이 감소하면서 소비도 위축됐다.
한국도 비슷하다.
최근 산업은행이 77개 업종 28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비투자 계획에 따르면 기업들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작년보다 14.4%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의 실제 설비투자 증가율 29.7%에 크게 못 미친다. 2000년 이후 중소기업의 투자가 크게 줄면서 전체 설비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양상이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李地平) 연구위원은 “차세대 주력산업에 대한 그림이 없다는 점이 한국과 일본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식 불황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朴德培) 연구위원은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가 덜 진행돼 돈을 쓸 수요도 그만큼 많다”고 말했다.
1991∼2002년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의 부동산 가치는 1000조 엔 정도 감소했다. 반면 한국의 부동산 가치는 2000년 이후 등락을 거듭했지만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금융 구조조정이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한국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은행권의 부실을 거의 털어냈다는 점도 다르다.
○ 불확실성 제거하고 생산성 높여야
한국이 불황에서 벗어나려면 정부 정책이 예측 가능하고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
박 연구위원은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인력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과 의료부문을 시장원리에 맡겨 기업의 진출을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산업연구원 윤우진(尹宇鎭) 동향분석실장은 “제조업 중심의 사고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며 “의료 교육 등 서비스업으로 기업 투자를 유도해야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일 경제의 공통점과 차이점구분항목한국일본공통점설비투자장기 부진 조짐 13년간(1991∼2003년) 정체소비가계부채 탓 위축실질임금 감소 탓 위축산업새로운 성장 동력 부족서비스업 발전 둔화차이점자산가치부동산가치 하락폭 미미1991∼2002년 부동산가치 1000조 엔 감소금융은행부실 조기 해소로 금융위기 방지구조조정 지연으로 금융 경색고령인구 정도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비율 7% 이상)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율 20% 이상)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