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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전쟁’ 高1 중간고사, 난이도 조절실패 우려가 현실로

입력 | 2005-05-18 03:10:00


“만점을 받았는데 2등급이라뇨?”

고교 1학년 중간고사 성적 발표를 앞둔 서울 강남의 A고교에는 요즘 학부모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일부 과목의 경우 만점자가 많아 만점을 받아도 1등급을 받을 수 없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학교 측이 확인해 본 결과 도덕 과목에서 전체 489명 가운데 만점자가 21%인 102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학년도 대학입학부터는 ‘내신 9등급제’가 적용되고 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과목별로 성적이 같은 동석차(同席次)가 많이 발생할 경우 ‘중간석차 백분율’을 적용받는다.

A고 도덕 과목 만점자의 중간석차 백분율은 상위 10.5%이기 때문에 1등급(4% 이내)이 아닌 2등급(11% 이내)이 되는 것이다.

학교 측은 “올해 새로 부임한 교사가 학생의 수준을 몰라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 같다”며 “내신 등급은 학기별로 매기는 만큼 기말고사에서 난이도를 높이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내신 9등급제가 처음 적용되는 고1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중간고사에서 난이도 조절 실패로 후유증을 앓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1등급이 없다”=서울 B외국어고는 스페인어와 중국어 과목의 만점자가 수강생 130여 명의 절반 이상이나 됐다. 평균 점수는 98점.

학교 측은 “해마다 고1 중간고사는 시험 범위가 좁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 평균 성적이 높게 나왔다”며 “기말고사 때는 대체로 성적이 떨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강남의 C고교에서는 영어시험의 객관식 가채점 결과 만점자가 530여 명 가운데 50명 가까이 되자 학생과 학부모들이 술렁이고 있다.

학교 측은 “객관식 만점자는 8∼9%이지만 주관식이 30%이기 때문에 주관식과 객관식을 합산하면 1등급 부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일선 교사 “난이도 조절 어렵다”=일선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내신등급제’와 중간석차가 도입된 이후 시험이 쉽게 출제돼 만점자가 많아지면 1등급이 없어지게 된다.

고교들은 소수점 배점 등 동점자를 줄이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상위권에선 동점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만점자나 동점자가 많이 나올 경우 상위권 학생들이 내신등급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 A고의 한 교사는 “일부 과목은 동점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교육청이 지시한 평균 70점 안팎, ‘수’의 비율 10∼15%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간석차 산출법=현 고1부터는 학교생활기록부 성적 기재 방식이 ‘원점수+석차등급제’로 변경됐다.

중간석차란 1등이 10명일 경우 모두 중간등수인 5.5등을 적용하는 것으로 ‘본인의 석차+(동석차 인원수-1)÷2’로 계산된다.

예컨대 전체 학생수가 500명인 학교에서 만점자가 50명이라면 만점자는 중간석차 25.5등, ‘중간석차 백분율’ 5.1%(25.5÷500×100)로 1등급 없는 2등급을 받게 된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