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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종합]이명근“럭비 계속할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행복”

입력 | 2005-05-18 17:49:00


“맘껏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 럭비 7인제와 15인제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따내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던 이명근(27·사진).

아직도 한국럭비대표팀에 소속된 그지만 주 활동 무대는 한국이 아닌 홍콩이다. 2003년 4월 상무를 제대하고 계속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오라는 팀이 없었기 때문. 국내에는 삼성SDI와 한국전력, 포항강판의 3개 실업팀이 있지만 그가 뛸 자리가 없었다.

한창 뛰어야 할 나이에 유니폼을 벗고 고등학교 코치로 전전하던 그가 그라운드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은 지난해 말 국제럭비연맹(IRB) 아시아 개발 담당관 제러드 갤라거(36·뉴질랜드) 씨를 만나면서. 그의 자질을 파악한 갤라허 씨의 도움으로 홍콩 프로팀 시노베이트 애버딘 홍콩 크리켓클럽에 입단했다. 홍콩의 럭비 수준은 한국보다 한수 아래. 하지만 아시아 최강국 대표 선수의 자존심을 내세울 처지가 아니었다. 뛰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였다.

“선수는 그라운드에 있을 때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국내 실업팀에서 뛰고 싶었는데…. 이젠 저를 위해서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서 해외에서 럭비로 살아남을 수 있는 돌파구를 찾겠습니다.”

이명근은 온몸을 던져 뛰었고 2004∼2005홍콩클럽대항 1부 리그에서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홍콩의 럭비 시즌은 10월부터 3월까지. 비시즌엔 또다시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할 처지. 그는 7월부터는 홍콩의 클럽에서 유소년들을 지도하며 생활할 예정.

“저 말고 국가대표급 선수 20여명이 뛸 팀이 없어 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한탄만 할 수는 없잖아요. 홍콩은 시작일 뿐입니다. 뉴질랜드 호주 잉글랜드 등 럭비 강국에서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