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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3위 삼보컴퓨터 법정관리 신청…해외매출 급감 자금난

입력 | 2005-05-19 02:59:00


국내 3위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삼보컴퓨터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18일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신청은 증권시장 퇴출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에 삼보컴퓨터는 정리매매 절차를 거쳐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16년 만에 증시에서 사라지는 것.

최근 현주컴퓨터의 부도에 이어 삼보컴퓨터마저 무너져 국내 중견 PC업체의 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온다. 이제 중견 PC업체는 주연테크와 대우컴퓨터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과거 코스닥시장의 열풍과 함께 벤처 신화의 주역으로 부상했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몰락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

○ 왜 무너졌나

삼보는 작년까지 매출의 60∼70%를 수익성이 매우 낮은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에 의존했다. PC를 만들어 HP, 게이트웨이 등에 납품하는 구조였다.

이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작년 말 99만9000원짜리 노트북 PC를 내놓아 선풍적 인기를 끌었으나 가격이 너무 낮아 수익성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대만 PC업체들의 저가(低價) 공세로 가격 경쟁에서 밀려 HP와의 납품 거래관계가 중단됐고 올해 ODM 매출액은 4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삼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며 경기 안산 공장 부지와 농구단 등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삼보의 금융권 여신 4500억 원과 상거래채권 4700억 원은 모두 지급이 동결된다.

삼보는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외 공장 매각 등을 통해 해외 사업을 줄이고 국내 영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 삼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보가 무너진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 PC 산업이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것.

PC 산업은 2000년 말부터 급격히 나빠지면서 2001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업체 간 인수합병(M&A) 열풍이 불면서 2002년 HP와 컴팩의 초대형 합병이 이뤄졌고 PC 산업의 원조격인 IBM은 PC 사업 부문을 중국에 팔 수밖에 없었다.

생존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면서 PC업체는 데스크톱 PC뿐만 아니라 노트북 PC에서도 가격 파괴 경쟁에 나서고 있어 이익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국내 업체도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따라 2003년 말부터 나래앤컴퍼니, 로직스, 컴마을, 현대멀티캡, 현주컴퓨터가 줄줄이 무너진 데 이어 삼보컴퓨터마저 백기를 들고 말았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