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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산책]‘연애술사’…‘몰카’에 찍혀 사랑을 찾다

입력 | 2005-05-19 15:49:00

사진 제공 무비앤아이


자신의 영화 개봉을 눈앞에 두고 결혼해 버린 연정훈과 ‘여고괴담’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뒤 안타깝게 주목도가 매년 떨어져온 박진희. 로맨스 영화 속 남녀 주인공에겐 필수 덕목인 ‘배우의 환상’이 두 배우에게 공히 부족하다는 선입견만 잠깐 묻어둘 수 있다면, 20일 개봉되는 ‘연애술사’는 꽤 섬세하고 아귀가 착착 들어맞으며 연기도 인상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를 사귀고 있는 미술교사 희원(박진희)에게 마술사인 옛 남자친구 지훈(연정훈)이 들이닥친다. 두 사람이 과거 모텔에서 사랑을 나눈 모습이 몰래카메라에 찍혀서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것. 희원은 바람둥이인 지훈과 전전했던 모텔들을 일일이 다시 찾으며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범인 색출에 들어간다.

‘연애술사’가 차별되는 지점은 지훈이 무대에서 벌이는 마술쇼가 일회성 이벤트에 머무르지 않고 두 사람 간 사랑을 운반하는 장치가 되면서 내용의 일부로 녹아든다는 점.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호감을 갖게 되는 전환의 동기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 서로를 애타게 찾아 헤매는 클라이맥스로 후딱 점프해 버리는 것도 이 마술쇼의 효능을 과신한 탓이긴 하지만 말이다. 수많은 합법적 비합법적 연인들의 두려움의 대상인 ‘몰래카메라’를 로맨틱 코미디의 소재로 끌어온 아이디어에 안주하지 않고, 저질스럽거나 억지스러운 전개를 피하려 한 노력의 흔적도 보인다.

키스 신에서는 영 서툴렀지만 레이싱 걸 출신 오윤아(지훈의 여자친구 역)의 몸매는 집중력(?)이 빼어나다. 영화에 첫 출연해 ‘변태’ 매니저 역할을 능청맞게 해낸 가수 출신 하하의 연기는 기대 이상. “남자가 옛 여자를 다시 찾을 때 그 이유는 딱 한 가지야. 성욕을 이기지 못하는 거지”(희원의 동료교사) 같은 대사도 남자들의 가슴을 따끔하게 꼬집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천세환 감독의 연출 데뷔작. 15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