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뢰벨 은물학교 어린이들이 느린 음악과 빠른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신체표현을 통해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권주훈 기자
어린 마사는 거짓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아버지는 “네가 거짓말하면 내가 모를 줄 아니? 네가 나를 속인다는 걸 네 몸짓이 말해준단다…주먹을 쥐면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등이 뻣뻣해지고 발을 끌거나 눈을 내리깔고 있잖니. 몸짓은 거짓말을 못하는 법이란다”하고 말했다.
20세기 무용계에 혁명을 몰고 온 여자 마사 그레이엄의 일화. 그레이엄은 늘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시도를 했다. 발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던 기존 무용에서 벗어나 상체의 움직임을 통해 에너지를 분출하는 방안을 고안해냈다.
다중지능이론을 주창한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대략 200편에 이르는 그녀의 무용작품은 ‘전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며 신체운동 영역의 창의적 천재로 그녀를 꼽았다.
○ 왜 신체운동이 창의성에 좋을까
한국메사연구소가 최근 창의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취학 전 아이에게 발레, 태권도, 수영 등 무용이나 체육교육을 시키는 경우 분석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력(3.00 만점)은 ‘무용학원에 다니는 경우’(2.71)가 ‘다니지 않는 경우’(1.95)보다 높게 나타났다. ‘체육학원에 다니는 경우’(2.27)도 마찬가지였다.
이 연구소 정미숙 소장은 “창의성 중에서 분석력은 사물을 심층적으로 만드는 능력”이라며 “언어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유아들에게 신체를 이용해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창의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레이엄이 거짓말할 때의 몸짓과 같이 아이들에게 몸은 표현도구라는 것이다.
국민대 무용과 문영 교수는 “모든 예술 활동의 뿌리는 창의성이고 무용도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아름다움을 독특하게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교훈련 보다 통합교육을
그러나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으로 구획 지어져 어려서부터 무용수만을 양성하는 현재의 무용교육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문 교수는 “한국의 무용교육은 무용수를 길러내는데 중점을 두다보니 창의성을 고갈시킨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어려서부터 다양한 예술체험을 통해 몸을 자각하고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신체의 기교훈련보다는 문학 미술 음악 등 다른 장르와의 접목을 통한 통합교육이 창의성을 기르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아동교육학회지(1999년)에 주미정씨가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만 5세 유아 40명을 대상으로 동작교육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동화를 활용한 동작교육을 받은 유아들의 창의성이 높았다.
최근 발레학원 중 창의성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도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부설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 이진이 강사는 유아반이나 초등 저학년반의 경우 발레수업이 유아체조나 리듬체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 씨는 “어려서는 다양한 몸놀림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용학원을 고를 때는 연령층이 세분화돼 아이의 신체발달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한다”고 조언했다.
○ 아빠와 함께 춤을
아이가 어리다면 각종 문화센터에 마련돼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
아예 아빠가 참여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메사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아빠와의 대화가 자녀의 창의성 발달에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해도 뭘 할지 몰라 망설이는 아빠들을 위한 책들도 있다. 회사원 서진석씨가 쓴 ‘얘들아∼아빠랑 놀자’와 가족답사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 단장 권오진 씨의 ‘아빠의 놀이혁명’에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놀이법이 가득하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아빠와 함께하는 창의성 놀이▼
○ 해바라기 무럭무럭
욕실 장난감 중에 조그만 물뿌리개가 있다. 먼저 아이를 욕조 안에 웅크리게 한다. 아이가 해바라기 씨가 되고 아빠가 아이에게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면서 말을 하면 아이는 아빠가 하는 말을 그대로 행동으로 따라하는 놀이.
“봄이 됐어요. 해바라기 씨에 물을 주니 싹이 텄어요.”(아이는 싹이 트는 동작을 그대로 표현.)
“여름이 되어 무럭무럭 자라네요.”(점점 일어서서 무럭무럭 자라는 흉내를 낸다.)
“아, 꽃이 피려고 해요.”(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다.)
“물을 열심히 먹더니 꽃이 활짝 피었어요.”(두 손으로 얼굴을 받치며 미소 짓는다.)
“찬바람이 부네요.”(고개를 떨군다.)
“잎이 모두 졌어요. 씨가 떨어져 땅으로 들어가요.”(다시 웅크리는 자세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