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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협상은 윈윈이 최고

입력 | 2005-05-20 17:07:00


남북한이 차관급회담을 가졌다. 이른바 벼랑 끝 협상 전략을 구사하는 북한은 최악의 협상 상대지만, 국제통상협상 전문가 안세영 박사의 저서 제목대로 ‘CEO는 낙타와도 협상한다’(삼성경제연구소)면 낙타와 협상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사막을 건너는 낙타는 등에 탄 사람의 목숨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걸 알아채고 오만해져 못된 성질을 부린다. 이때 낙타와 맞붙어 화내지 말고 낙타와 협상해서 사막을 무사히 건너고 볼 일이다. 저자는 제너럴모터스(GM)의 대우 인수 협상, 쌀 개방 협상,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다양한 사례룰 되새기면서 협상 기술, 협상가의 자질, 협상하면서서 범하기 쉬운 오류 등을 설명한다. 짧은 분량에 밀도 있는 내용의 협상 문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인물들로 내각 드림팀을 구성할 때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 1순위는 10세기 고려의 서희다. 그는 80만 대군을 몰고 침공한 거란족의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전쟁을 피한 것은 물론 여진족에게 넘어갔던 땅을 회복했다. 김기홍의 ‘서희, 협상을 말하다’(새로운제안)에 따르면, 내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비판적인 여론까지 활용하는 대내 협상이 중요하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고, 대화에 능하며, 실익과 명분도 구분할 줄 아는 탁월한 협상가, 즉 서희와 같은 인물을 고대하는 것은 저자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인생이란 무수한 협상들의 연속이라는 협상인생론을 펼치는 허브 코헨은 ‘협상의 법칙’(청년정신)에서 ‘상대가 드러내지 않았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성공적인 협상을 낳는 길’이며, 서로가 승리하는 창조적 협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생(相生)의 협상 철학인 셈이다. ‘설사 당신이 옳다 하더라도, 적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 사람에게 모욕을 줄 수 있는 모든 카드는 버려라. 궁극적으로 감정적인 적을 피하는 게 상호 간의 불만족을 피하는 방법이다.’ 북한을 ‘폭정의 거점’으로 언급한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하는 말 같다.

세계무역기구(WTO)와의 쌀 협상에 관한 국정조사 결과가 벌써 궁금하다. 제대로 된 협상을 좀처럼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 협상이라고 하면 밀실 뒷거래부터 떠오른다. 최소한 그 과정만이라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협상을 보고 싶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