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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김문상]‘지능형 로봇’ 미래산업 좌우한다

입력 | 2005-05-20 18:12:00


최근 선박 자동차 가전 휴대전화 등 세계 최고를 향한 우리 기업들의 노력이 많은 결실을 보고 있다. 외부의 평가도 무척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경쟁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선진국은 특허 등을 통해 기술보호 장벽을 나날이 높게 쌓아 올리고 있고 중국 인도 등 후발 개발도상국들은 고급 인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강점 분야를 잠식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과학기술의 특징 중 하나는 엄청난 발전 속도다. 컴퓨터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인간 게놈지도가 예상보다 빨리 2001년에 완성됐고 정보기술 및 나노 분야의 발전상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아마도 앞으로 10년간의 과학기술 발전이 지금까지 인류역사를 통틀어 이룩한 과학기술의 진보를 능가하는 업적을 내보일 수 있을 것이다.

양적 팽창에 주력해 온 과학기술 발전은 점차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에 의해 개발된 창조물들에 인간의 여러 인지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좀더 편리하고 지능화된 생활환경을 이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나노 바이오 정보기술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혁신기술들을 적절히 융합(convergence)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야 새롭고 다양한 산업이 일어날 수 있다. 그 중심에 지능형 로봇기술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2003년에 지능형 로봇산업을 한국의 10대 차세대 성장산업의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언제쯤 지능형 로봇의 시기가 도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지능형 로봇 분야 자체가 미래에 엄청난 산업 분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에는 이견이 없다. 현재 청소용 로봇, 위험작업 로봇 등이 서서히 시장을 열어 가고 있는데 과거 PC 산업과 같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시장 형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형성 외에도 지능형 로봇 기술이 기존의 우리나라 주력 산업들에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측면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융합이라는 개념에 가장 근접한 휴대전화의 발전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거의 붙박이 전화선을 잘라내고 어디든지 들고 다니면서 통화하는 완벽한 이동성으로부터 엄청난 시장을 창출한 휴대전화 산업은 이제 그 활용의 중심이 전혀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있다. 음성 인식 기반의 자동차용 네비게이터, 인터넷과 연계된 서비스 제공 산업 등이 그 예인데 머지않아 휴대전화 본래의 시장보다 오히려 더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산업도 결국 비슷한 산업구조를 만들어 갈 것이다. 지능형 로봇 분야의 핵심 기술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통신 자동차 가전 등과 결합해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인간의 인지기능이 장착된 지능형 휴대전화를 이용한 미래형 비서, 졸음방지 및 충돌방지 기능 등이 장착된 지능형 자동차, 노인을 부양하는 지능형 실버타운 등을 꼽을 수 있다.

결국 어느 나라가 먼저 핵심 기술들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고 진보된 산업을 창출하느냐가 미래산업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여기에 맞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21세기는 우리나라가 주도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김문상 21세기 프런티어 지능로봇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