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문화사절단으로 22일 한국을 방문한 안익태 선생의 외손자 미겔 익태 안 기옌(가운데) 씨. 안익태 선생의 둘째 딸인 안 아나 씨(오른쪽)와 남편 로세스 씨. 권주훈 기자
“10월에 개관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안익태기념홀에 스페인에 남아 있는 애국가 악보와 외할아버지의 유품들을 기증할 생각입니다.”
고(故) 안익태 선생의 외손자 미겔 익태 안 기옌(28) 씨는 3월 애국가 저작권을 한국 정부에 무상 기증하기 위해 방문한 지 두 달 만인 22일 다시 방한해 이같이 밝혔다.
그가 이번에 방한한 목적은 24일부터 닷새간 서울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스페인 마요르카 지방의 화랑들을 소개하는 것.
스페인 미술문화사절단으로 안익태 선생의 둘째 딸 안 아나(50) 씨와 남편 로세스(52) 씨도 함께 왔다. 전 세계 11개국 126개 화랑이 참가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안 씨 집안과는 20여 년간 가까이 지낸 스페인의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화가 호안 미로의 단독전도 처음 열린다.
안 씨 가족은 최근 불거졌던 애국가 저작권과 관련해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을 처음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미겔 씨는 “저작권과 관련해 한국 정부로부터 돈 한 푼 받아 본 적이 없지만 ‘돈에 얽매인 외국인’이란 누리꾼(네티즌)들의 비난에는 무척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도 한국인 못지않은 명예와 자부심 하나로 살아오고 있다”며 “그런데 일부 누리꾼들이 애국가를 바꾸자고 하거나 3월 방한 당시 돈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냐고 질문해 심한 배신감마저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게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서운함을 모두 잊고 한-스페인 문화사절단으로 더 활발히 활동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 안익태 선생의 서거 40주년과 내년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양국의 문화교류 증진과 기념사업도 벌여가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