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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진정한 야구팬이라면…

입력 | 2005-05-24 03:11:00


▽사례1=지난주 부산 사직구장. 모처럼 지방 나들이를 간 기자는 진한 감동을 느꼈다.

17일 첫날은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을 동반한 시커먼 먹구름이 금세라도 한바탕 폭우를 내릴 것 같은 날씨. 하지만 사직구장은 2만 명이 넘는 구름 관중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여기까지는 올해 롯데의 돌풍과 맞물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 하지만 롯데가 승리한 다음 날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았지만 1만8000여 명밖에 오지 않았다. 이유는 첫날은 롯데가 에이스 손민한을 선발 예고한 반면 둘째 날은 삼성이 에이스 배영수를 내 이기기 힘든 경기가 예상됐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을 찾은 부산 팬들은 롯데가 0-8로 끌려가고 있었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9회 말 이대호가 볼넷을 얻자 역전이라도 된 듯 기립박수로 화답했고 펠로우가 완봉패를 면하는 2점 홈런을 터뜨리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도 한듯 환호했다.

▽사례2=상경해 보니 우울한 소식이 들렸다. LG가 잠실 라이벌 두산에 연패를 거듭하자 두산과의 주말 3연전에서도 질 경우 전날 입장표를 지참한 관중에게 이길 때까지 공짜 표 이벤트를 실시하겠다는 것.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 첫날 경기는 두산의 승리. 결국 유례가 없는 공짜 이벤트는 성사됐다. 게다가 공짜가 아닌 첫날 잠실구장을 찾은 팬은 1만9000명이 채 안됐지만 둘째 날은 3만 명에 육박해 공짜 효과가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속사정은 전혀 딴판이었다. 둘째 날 공짜 관중은 27% 수준에 불과해 평소 관중이 이틀 연속 입장하는 비율인 30∼40%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 이는 LG가 또 두산에 지자 응원으로 힘을 보태려는 새로운 관중이 1만 명 이상 늘어났다는 얘기.

사직과 잠실에서 보여준 팬들의 성숙한 모습. 우리 프로야구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