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문화 비평가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현 시대를 ‘접속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접속은 어느새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인터넷은 많은 편의를 제공하지만 그와 동시에 적지 않은 폐해도 낳는다.
얼마 전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신생아 학대사건이 적절한 예다. 문제의 간호조무사는 현실 세계에선 분명히 가해자였지만 인터넷에서는 오히려 피해자에 가까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그들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됐고 이를 본 많은 누리꾼(네티즌)들이 그를 ‘공공의 적’으로 삼아 테러를 가했던 것. 듣기 민망한 원색적인 비난과 인신공격이 난무했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간호조무사의 주변인들마저 사이버테러의 대상이 됐고 일부 누리꾼들은 간호조무사라는 직업 자체를 비하하기도 했다.
결국 이 사건은 5명을 형사입건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누리꾼 단죄’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누리꾼 일부가 직접 나서 벌하는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죄를 지었으니 그저 나의 벌을 달게 받으라는 식의 감정적이고 무책임한 공격이 이어질 뿐 그러한 자신들의 행동이 또 다른 가해라는 인식이나 가해자에게도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 있다는 사실은 안중에 없는 듯했다.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도 누리꾼 테러까지 더해진 가중처벌을 감내해야 할 의무는 없다. 죄를 지었으면 법이 정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죄를 이유로 인터넷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과 인권침해를 당한다면 크나큰 상처가 남기 마련이다. 그리고 공격당한 그들은 현실 세계에서 그 상처를 삭제해줄 ‘딜리트 키’를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익명의 장막’ 뒤에 숨어 권력을 남용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침착하게 행동하는 성숙된 문화가 언제쯤 정착될 수 있을까.
김대승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