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후배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기술 시범을 보이고 있는 2004 아테네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이원희. 그는 24일 일일교사로 모교인 보성고를 방문했다. 권주훈 기자
“저보고 이원희 선수라고 부르던데 섭섭했어요. 저는 바로 여러분의 선배예요. ‘원희형’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러자 500여 명의 학생이 소리 높여 “원희형! 원희형”이라고 외쳤다.
24일 낮 서울 송파구 방이동 보성고 강당.
2004 아테네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이원희(24)가 모교를 찾았다. 대한체육회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공동 실시하는 ‘학교 스포츠보급 대장정’의 첫 주자로 나선 것.
보성고 90회 졸업생인 이원희가 강당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와’ 하는 함성이 멈출 줄 몰랐다. 카메라폰을 꺼내든 학생 수십 명이 한꺼번에 이원희를 둘러싸 꼼짝할 수도 없었지만 후배들의 극성스러운 환영이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원희는 “어제 굉장히 많이 준비했는데 여러분 앞에 서니 긴장돼 아무 생각이 안난다”면서도 능숙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동네 싸움대장이었던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한 것부터 집안 사정이 어려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시련의 시기까지. 가까운 후배들이라 그런지 친동생에게 얘기하듯 그의 말에는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그는 “학교 새벽 훈련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입술이 파래지도록 연습해 계속 1등을 했다”며 “발목 인대가 늘어나고 다리가 삐어도 다 참아가면서 훈련에 집중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원희는 학생들에게 “이제 이성에 눈을 뜰 때인가요”라고 묻고선 “나도 여러분만 할 때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크고 마냥 놀고도 싶었지만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원희를 직접 지도했던 보성고 유도부 이상은 코치는 “원희는 어려서부터 목표가 ‘국가대표’가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했다”며 “집념과 노력이 엄청났다”고 회상했다.
이원희는 “여러분도 남자답게 큰 뜻을 품으라. 그러기 위해선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도는 예를 익히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권하며 강의를 마쳤다.
구내식당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함께한 이원희는 유도장에서 후배들에게 직접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유도부 주장 태기욱(18) 군은 “원희형이 가끔 졸업생 선배들과 함께 와 지도해 준다”며 “꼭 원희형처럼 자랑스러운 유도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작한 ‘학교스포츠 보급 대장정’은 다음 달까지 계속된다. 여자배구 최광희(KT&G), 마라톤 김이용(국민체육진흥공단), 인라인스케이트 궉채이(동안고), 프로야구 김동주(두산), 프로농구 이상민(KCC) 등이 일선 학교를 찾아가 일일수업을 한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