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주(自社株)를 사들이기 시작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떨어졌다. 이 기회를 역이용하라.’
최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삼성전자 IR팀장인 주우식 전무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2조 원가량의 자사주 매입을 계획하고 있다”며 “시장 추이를 보면서 집행 시기를 정하겠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집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대체로 발표 후 4∼6주 동안 이뤄진다.
과거 경험을 보면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외국인들이 대거 삼성전자 주식을 팔자고 나섰다. 삼성전자 주가도 함께 떨어졌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공식 발표되면 일반투자자는 어떤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을까.
○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하면 외국인은 ‘팔자’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2002∼2004년 3년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모두 6차례에 걸쳐 총 6조6355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할 때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치웠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사들인 자사주는 1조8073억 원어치.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주식을 판 금액에서 산 금액을 뺀 것)는 2조2315억 원어치였다. 삼성전자 주가도 9월 한 달간 2.4% 떨어졌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외국인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대형 우량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사주 매입 발표가 나오면 외국인들은 팔기 시작했고 해당 주가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은 대형 우량주의 자사주 매입 기간을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시기로 활용했다”면서 “이 같은 패턴을 역으로 이용하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종목을 잡아라
과거의 경험을 보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기간에 정보기술(IT) 업종의 주가는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IT 종목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가와 가장 거리가 먼 업종은 은행, 건설, 제약이다.
이들 종목을 사들였다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기간에 코스피200 지수보다 5%포인트 정도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코스피200 지수가 5% 올랐다면 이들 세 업종의 주가는 10% 올랐다는 말이다.
강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기간에는 은행 건설 제약 업종을 중심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가능하다면 지수선물을 활용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좋다는 실증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매입 기간에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보통주에 비해 우선주의 수익률이 1.5∼5.7%포인트가량 높았다는 점.
우리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우선주와 보통주를 함께 매입하면 일반투자자는 ‘보통주 매도, 우선주 매수’ 전략을 병행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