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세계적 관심사인 북한 핵문제와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등 묵직한 이슈에 눌려 있다.
내수경기도 기대와는 달리 답답하기만 하다. 올해 초 정부가 의욕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선 덕분에 소비자나 투자자의 기대심리 관련 지표들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그런데 심리지표가 실물경기 호전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올해 1분기(1∼3월)의 기업 실적도 상당히 실망스럽다. 매출은 다소 늘었지만 수익성은 크게 안 좋아졌다.
달러당 원화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대외 변수의 직격탄을 맞아 수출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수출비중이 높은 10대 그룹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40%나 줄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증시에 부정적인 여러 가지 악재들이 나타나거나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는데도 종합주가지수는 900대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있다.
이는 기관투자가와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개인들의 힘이다.
기관투자가는 이달 들어서만 4200억 원 이상의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주가 버팀목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
기관투자가의 뒤에는 적립식 펀드가 있다. 올 3월 이후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적립식 펀드에는 월 2000억∼3000억 원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처럼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리는 것은 예금 금리가 너무 낮은데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심하게 단속해 다른 곳으로 시중자금이 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증시에 상장된 기업과 한국 경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또 다시 눈물 흘리지 않도록 앞으로 주가가 다시 1000을 넘고 2000 고지를 향해 달리기를 기대해 본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