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에피소드3’은 총 6편의 시리즈 중 최고의 완성도를 갖췄다. 등장인물의 심정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세밀화’에 능한 동시에, 우주전쟁이라는 스펙터클을 통 큰 서사로 풀어내는 ‘풍경화’에도 능하다.
어둡다. 신난다. 굉장하다.
26일 개봉되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완결편 ‘스타워즈 에피소드 3-시스의 복수’는 이런 상반된 감정의 파노라마를 경험하게 해 준다. 총 6편의 시리즈 중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이 영화는 등장인물의 심정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세밀화’인 동시에, 우주전쟁이라는 스펙터클을 통 큰 서사로 풀어내는 ‘풍경화’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단 하나의 영화를 보아야 한다면, 그건 바로 이 영화라고 말하겠다.
팰퍼타인 의장과 제다이 기사 사이의 불화는 심화된다. 자신이 제다이가 될 것을 확신하던 아나킨(헤이든 크리스텐슨)은 꿈이 좌절되자 스승인 오비완(이완 맥그리거)과 갈등한다. 아나킨의 아이를 가진 파드메(내털리 포트먼)는 목숨을 잃을 운명에 놓이고, 정체를 드러낸 팰퍼타인은 “어둠의 힘을 빌려 파드메를 구하라”며 아나킨을 유혹한다. 결국 아나킨은 스승인 오비완과 목숨을 건 결투를 하게 된다.
완결 편은 깊은 자의식과 현란한 비주얼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착 달라붙은 채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아나킨이 어둠의 지배자 ‘다스 베이더’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어떤 사이코드라마 못지않은 격심한 감정의 기복을 보여준다. 다스 베이더에게 연민의 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도, 그가 야욕의 희생자가 아니라 아주 슬픈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뭔가 멍든 과거를 가진 듯 저주스러운 기침을 끊이지 않는 악당 그리버스 장군의 등장은 이런 세기말적 분위기를 한층 짙게 덧칠한다. 3년 전만 해도 반항기만 가득했던 아나킨의 눈빛도 몰라볼 만큼 중층적이고 매력적으로 변했다.
2300개 장면에서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더 이상의 진보를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비행체에 바퀴벌레처럼 달라붙어 동체를 야금야금 파괴하는 ‘버드 드로이드’는 그 매끈하면서도 결이 있는 표면 질감까지 전달된다. 이런 능수능란한 기술력은 이 영화에 춤추는 듯한 시점(視點) 이동을 가능하게 만든다. 전쟁 장면을 멀리서 관망하는 3인칭 시점에서, 갑자기 전투기 조종석 안으로 쑤욱 들어와 전투를 직접 체험하는 1인칭 시점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액션은 짧고 강력하고 선정적이다. 시뻘건 용암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아나킨과 오비완의 광선검 결투는 서부극의 숨 막히는 리듬감과 누아르의 어두운 자의식이 동시에 묻어 있다.
“아이러니야. 남은 구원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못 구하다니” “선하다는 건 관점의 문제야” “동지가 아니라면 적일 뿐” 등 일련의 노골적인 대사들이 ‘9·11테러 이후 미국의 모습을 꼬집는다’는 지적은 논란이나 혐의의 수준을 넘어서 충분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영화 마지막, 아나킨과 파드메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훗날 ‘루크 스카이워커’)가 붉은 노을과 두 개의 태양 아래서 양부모의 손에 맡겨지는 순간은 종교적인 제의를 경험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바로 그 순간 조지 루커스의 스타워즈 대장정은 27년간의 생명을 스스로 마감하고 마침표를 찍는다. 그동안 너무 행복했다.
May the force be with you!(‘포스’가 당신과 함께 하길!)
※부모를 위해=이 완결편은 미국에서 ‘PG-13(13세 이하 부모 동반)’ 등급을 받았고, 국내에선 ‘전체 관람 가’ 등급을 받았다. 피만 안 보일 뿐이지 신체 일부가 훼손되고 사지가 잘리는 잔인한 장면이 많으므로 아이들에 대한 지도가 필요하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