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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풀고 돈도 벌고” 여자복싱계 주부파워

입력 | 2005-05-26 03:21:00

경기 중인 주부 복서 박미희 씨(왼쪽). “한번 경기하면 다음 경기가 기다려진다”는 박 씨는 7월 한국 챔피언에 도전한다. 사진 제공 크로스 카운터


‘주부 스트레스도 사각의 링에선 한 방이면 KO.’

여자 복싱에도 ‘주부 파워’가 드세다.

한국 최초의 주부 챔피언이 타이틀을 뺏기자 새로운 주부 선수가 타이틀 도전에 나섰다.

올해 초 한국권투위원회(KBC) 여자 플라이급 챔피언에 올랐던 이화원(24) 씨. 주부로서 가사와 운동을 겸하면서도 전승 행진을 펼치며 챔피언에 올랐던 그는 6일 1차 방어전에서 미혼인 장명숙(26) 씨에게 판정패해 타이틀을 뺏겼다. 그러자 또 다른 주부 선수인 박미희(33) 씨가 장 씨에게 도전장을 냈다. 1남 1녀의 어머니인 박 씨는 7월 중순 장 씨의 1차 방어전 상대로 25일 확정됐다.

박 씨의 스파링 파트너는 합기도 체육관장인 남편. 그는 “남편이 체력 증진에 좋다며 권유해 권투를 시작했다. 젊은 선수를 상대로 이겨야겠다는 목표가 생활의 활력을 준다”고 말했다.

타이틀을 잃은 이 씨도 “운동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2년 전 건강이 좋지 않아 복싱을 시작했다. 링 위에 올라가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집중된다”며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아마복싱에서는 1남 1녀를 둔 이진숙(34) 씨가 7월 대통령배대회 출전을 준비 중이다.

이 씨는 “살 빼려고 시작해 경기까지 나서게 됐다. 남편이 위험하다고 말리기도 했지만 몰래 경기에 나서기도 할 정도로 중독됐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에게 맞고 나면 상대를 더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생긴다”며 강한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주부들이 그동안 복싱체육관을 찾는 목적은 대부분 다이어트였다.

하지만 요즘은 빡빡한 살림 때문인지 직업으로서 복싱에 관심을 갖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KBC 측의 설명. 특히 주부들은 스트레스도 풀고 생활비도 벌 수 있는 프로복싱의 매력 때문에 ‘복싱=거친 스포츠’라는 인식도 개의치 않고 과감하게 도전한다고.

국내 여자프로복싱에서 챔피언은 경기당 150만 원, 일반선수는 라운드당 10만 원을 받는다. 챔피언전(8회전)에서 끝까지 버텨낸 도전자는 80만 원을 벌게 된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