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대기업과 급여, 복지 수준이 비슷한 데다 정년까지 보장돼 입사 경쟁률이 해마다 치열한 편이다. 공기업 입사 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 강의를 듣고 있는 수험생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주향(25·여) 씨는 올해 4월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현재 경기지사 하남지점 고객지원과에서 일하고 있다.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씨는 “공기업은 사기업에 비해 안정적으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며 “여성이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은 정년이 보장되는데다 급여, 복리후생제도, 근무 조건 등이 대기업 못지않아 해마다 입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초 29명을 모집하는데 8947명이 지원해 30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국토지공사 공채에는 200명 모집에 1만2000여 명(경쟁률 60 대 1), 한국수자원공사는 188명 모집에 9100명(48 대 1)의 지원자가 각각 몰렸다.
공기업 입사 준비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 전형절차
공기업은 주로 상반기는 5, 6월에, 하반기는 11, 12월에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편이다.
그러나 해마다 채용 시기가 다르고, 필요한 인원을 부정기적으로 채용하는 편이어서 모집 요강을 수시로 확인하는 게 좋다.
대개 서류전형→필기시험→인성·적성검사→면접 등의 전형과정을 통해 뽑는다.
토공, 대한주택공사 등이 인성·적성 검사를 하고 한국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등은 직무능력검사를 실시한다.
사무직은 학력과 전공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지만 기술직은 해당분야 전공자와 관련 자격증 소지자로 제한한다.
토익성적 기준으로 사무직은 700∼750점 이상, 기술직은 600∼650점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지만 합격하려면 고득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첫 관문인 서류전형에서는 어학성적이나 학점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세무사, 공인노무사 등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지원자는 서류전형 시 우대한다.
취업포털 스카우트 김현섭 사장은 “지방대생의 경우 채용할당제가 적용되므로 공사 시험을 적극 공략하는 게 좋다”며 “지사가 많은 한전 대한석탄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은 정원의 상당수를 지방대 졸업자로 우선 채용하며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고리 영광 월성 울진 지역에서 전체 정원의 약 15%를 뽑는다”고 말했다.
○ 필기시험
공기업은 사기업에 비해 필기시험이 주된 관문이다.
필기시험 과목은 업체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주로 영어, 상식, 전공, 논술 등으로 구성된다.
직군에 따라 전공 70∼80%, 상식 20∼30% 비율로 출제한다. 논술에서는 한자를 함께 쓰면 유리하다. 최근에는 한자 시험을 보거나 한자 관련 자격증이 있는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지원자들은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출제 경향을 파악해 과목별 고득점 전략을 세우는 한편 과락(科落)하지 않도록 점수 분포를 고르게 유지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최근 들어 전공 관련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는 추세인 만큼 이에 대비해 준비하는 것이 좋다.
○ 면접시험
공기업도 경쟁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면접을 1차 실무면접과 2차 인성면접 등으로 나눠 실시하는가 하면 인성면접과 함께 영어회화와 프레젠테이션 면접, 집단토론을 하는 곳도 있다.
같은 분야에 지원하는 구직자와 함께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토론,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
면접에서는 인성과 품성, 전공역량, 영어 실력 등을 평가한다. 공기업의 특성상 국가관과 책임관, 건전한 가치관 등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회사별 특성에 적합한 자기 연출법을 만들어 연구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금보험공사 이정호씨 “논술대비 경제이슈 꿰뚫어야”▼
“인턴십과 공모전 참여, 각종 프로젝트에서 활동한 것이 입사 시험을 치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예금보험공사에 입사한 이정호(29·사진) 씨는 현재 리스크정보실 재무정보팀에서 일하고 있다.
서강대 경제학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이 씨는 공사 입사를 위해 별도로 시험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대신 평소 경영학 관련 서적과 신문 잡지 등을 많이 읽고, 경제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학부 때는 금융회사와 국내 대기업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는 경영학술 동아리 활동을 하고 동기 2명과 함께 포스코 논문 대회에 참가해 본선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대학원에서 기업과 관련된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보는 서류전형→전공필기시험→실무진 및 부서장 면접→임원면접 과정을 통해 사원을 뽑는다. 지난해는 모두 16명의 신입사원이 선발됐다.
전공필기시험은 경영, 경제, 법학, 전산 중 1개를 선택해 치른다. 시험은 OX 문제, 객관식 및 계산 문제, 약술, 논술 등으로 이뤄진다.
“필기시험을 앞두고 재무, 회계 분야 용어를 다시 정리했습니다. 논술에 대비해 경제 관련 잡지를 읽고 이슈를 점검했고요.”
실무진 및 부서장 면접에서는 전공지식을 평가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하는데, 경제와 관련된 각종 지식과 견해 등을 세밀하게 평가한다.
이 씨는 일단 질문을 받으면 관련 개념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한 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부서장 면접에서 그는 ‘외국자본의 유입에 따른 경영권 방어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씨는 먼저 외국자본이 유입될 경우의 장단점을 정리해 답한 후 경영권 방어를 위해 국가, 기업, 주주가 해야 할 일과 선진국의 사례를 들었다.
“결론에서는 정부, 기업, 주주에게 배당돼야 할 이익이 경영권 방어에 사용되면 세 주체 모두 손실을 입게 되므로 각자의 입장에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대안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이 씨는 재무 업무를 배우고 있다.
그는 “앞으로 공공기관이나 비영리기관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자금 운용과 관련한 업무를 맡아서 진행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