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모유수유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정유미 씨. 엄마 젖 상담의사로서 모유수유를 하려는 엄마들을 돕고 있다. 전영한 기자
“물젖이란 없습니다. 엄마 젖이 문제가 아니고, 아기에게 젖먹이는 방법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국내 유일의 모유수유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정유미(42·소아과전문의) 씨는 “좋은 젖, 나쁜 젖은 없다”고 단언한다.
막상 젖을 물리려고 해도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고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모유수유 전문가나 클리닉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
그의 클리닉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상가건물 3층 하정훈 소아과 안에 있었다. 육아서 ‘삐뽀삐뽀 119 소아과’와 육아상담 사이트(www.babydoctor.co.kr)로 유명한 하 씨가 남편이다.
○ 국내 모유수유 전문가 390여 명
젖을 빠는 것은 본능이지만 젖을 물리는 것은 훈련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대가족 안에서 어릴 때부터 젖먹이는 모습을 보고 자라 누구나 젖을 먹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병원이나 산후조리원, 태교 및 분만교실에서 활동하는 모유수유 전문가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 모유수유 전문가는 390여 명. 의사와 간호사가 국제수유상담가 시험원(IBLCE) 시험을 통과하면 모유수유 전문가가 된다.
정 씨는 이 시험원의 한국책임자다. 봄학기에 의사를 대상으로 ‘모유수유 전문가 과정’을 개설한 데 이어 여름학기에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교육한다.
“모유수유 전문가가 되면 돈을 벌 수 있느냐고요? 천만에요. 다만 엄마와 아기들을 더 잘 보살필 수 있습니다. 젖의 중요성을 얘기해 줄 수 있고 바르게 먹이는 방법과 문제점을 상담해 줄 수 있지요.”
이 클리닉을 열 수 있는 것도 남편 하 씨 덕분이다. 기본진찰료만 받고는 클리닉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더 많은 엄마들에게 젖을 먹이도록 하고, 또 바르게 먹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보람이다.
○ 아기가 젖먹고 싶을 때 먹여야
젖을 먹이는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젖이 묽다는 것. 그래서 아이가 젖을 먹지만 잘 자라지 않으면 죄의식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젖의 양이 부족할 수는 있어도 질을 따질 수는 없다.
젖을 물리는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살핀다. 아기가 조금씩 자주 먹어 탄수화물이 많은 전유만 먹게 되면 장운동이 빨라져 설사를 자주 하고 가스가 차기도 한다. 따라서 물젖이라고 생각되면 한쪽 젖을 충분히 빨려 그쪽 젖을 완전히 비워 주어야 한다. 젖을 물릴 때마다 전에 물렸던 반대쪽 젖부터 먹이지 말고 같은 쪽을 두 번씩 먼저 먹이는 것도 후유를 충분히 먹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정 씨는 생후 1주 이내에 소아과에서 정기점검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엄마 젖이 아플 수 있고 아이가 젖을 잘 물지 않을 수도 있다. 모유수유와 관련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엄마뿐 아니라 아기도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 그래야 모유수유가 중단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BCG백신을 접종하러 생후 3주경 소아과를 방문합니다. 이때는 이미 젖먹이는 데 문제가 생겼어도 손도 써 보지 못하고 더 이상 젖을 먹이기 힘든 상황까지 가버린 경우가 많지요.”
밤에도 아기가 젖을 먹고 싶어 하면 먹여야 한다. 그러나 12주가 지나 젖이 잘 나오고 아기가 다른 이상이 없으면 잠을 잘 자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젖은 배가 고플 때 먹여야 한다. 아기 이가 썩는 것은 젖을 물고 자기 때문이다. 젖도 음식이기 때문에 젖을 먹인 뒤 잘 닦아줘야 한다.
미국은 2010년까지 모유수유율을 신생아 75%, 6개월 50%, 1년 25%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6개월까지는 모유수유만 한 것을 전제로 한 수치다.
정 씨는 “엄마 젖을 먹이면 아기와 엄마는 물론 사회 모두가 큰 이득을 보게 된다”며 “선진국과 같이 국가 모유수유위원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