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희(왼쪽)가 장신의 덴마크 선수들 사이를 뚫고 슛을 하고 있다. 덴마크는 평균 신장 183cm로 한국보다 10cm나 컸지만 한국의 투지를 이기지 못했다. 연합
지난해 8월 29일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 한국대표팀은 세계 최강 덴마크를 맞아 2시간이 넘는 접전을 벌였다. 전후반전은 물론 두 차례의 연장전까지 양 팀은 무려 17차례의 동점을 거듭하며 격돌했다. 결국 한국은 승부 던지기에서 2-4로 져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로부터 9개월이 흘렀고 이번에는 달랐다. 덴마크를 안방으로 불러들인 한국 핸드볼낭자군이 세계 정상의 위력을 과시하며 아테네의 한을 깨끗이 풀었다.
26일 서울올림픽 2체육관에서 열린 ‘경남아너스빌 세계최강전’. 한국은 덴마크를 28-24로 꺾었다.
평균 신장에서 183cm인 덴마크 선수들은 10cm나 적은 한국 선수들을 체격에서 압도했다. 하지만 투지와 스피드에서 한국이 한 수 위였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이상은과 허영숙이 연속 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았다. 반면 덴마크 팀은 수비가 쉽게 뚫리고 패스 미스가 자주 나오는 등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레프트백 이상은은 무릎 부상에도 불구하고 7득점을 올리며 분투해 이날 최고의 활약을 했다. 이상은은 전반 17분 동안 연속으로 5골을 쏟아 부으며 펄펄 날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허영숙과 김차연이 각각 3골씩을 넣으며 가세했다. 한국은 전반을 15-11로 앞서며 승세를 굳혔다.
골키퍼 오영란은 23개 슛 중 8개를 막아내는 철벽 수비를 펼쳤다.
임영철 감독은 “1자 수비를 하다가 상대방의 공격이 들어올 때면 순간적으로 전진수비를 펼치는 변형수비를 보름 동안 집중 훈련했는데 잘 통한 것 같다”며 “선수들의 기술보다는 국민과 팬들의 성원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피틀리크 덴마크 감독은 “지난해에 비해 한국의 수비가 훨씬 향상된 것 같다. 우리 수비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공격에서 실수를 많이 한 게 패인”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체육관에는 1995년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 이후 가장 많은 관중인 4000여 명이 모여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