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배우 톰 크루즈는 신흥 종교인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의 열혈 신도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사이언톨로지를 통해 지능지수(IQ)가 높아졌으며 지병이었던 난독증도 치료했다고 말한 바 있다. 톰 크루즈뿐 아니라 배우 존 트래볼타와 켈리 프레스턴 부부, 배우 커스티 앨리, 마이클 잭슨의 전 부인이며 엘비스 프레슬리의 딸인 리사 마리 프레슬리도 사이언톨로지스트다.
그런가하면 가수 마돈나는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Kabbalah)’에 빠져있다. 그는 최근 ‘카발라 예배에 참석해야 한다’며 프랑스 칸 영화제 심사위원 제의를 고사하기도 했다. 세계적 아이돌 스타인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홈페이지에 “카발라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견디는 데 도움을 줬다”며 “카발라를 소개해 준 마돈나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배우 데미 무어와 연하의 애인 애슈턴 커처 커플, 귀네스 팰트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모델 나오미 캠벨 등도 카발리스트다.
이 같은 유명 스타들의 행동이 외신을 통해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는 카발라를 비롯한 각종 신비주의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으며 사이언톨로지 카페도 생겼다.
○ 사이언톨로지
사이언톨로지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배틀 필드’ 등 200여 편의 공상과학(SF) 소설로 이름을 떨쳤던 소설가 로널드 허버드(1911∼1986)가 창시한 종교다. 1950년 그는 ‘다이아네틱스’라는 책에서 ‘이-미터(e-meter)’라는 기계로 사람의 정신을 감정하고 심리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사람을 ‘청명한(clear)’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을 ‘오디팅(auditing)’이라고 부르는데 이 이론을 바탕으로 그는 54년 로스앤젤레스에 사이언톨로지 교회를 만들었다.
공식 홈페이지(www.scientology.org)에 따르면 사이언톨로지의 본질은 ‘응용 종교 철학(applied religious philosophy)’이다. 이들은 인간이 ‘영적 존재’이며 오디팅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이언톨로지의 목표는 사람들을 청명한 상태로 만들어 전쟁 범죄 마약중독 등이 사라지게 하는 것. 그러나 다른 종교와 달리 신(神)같은 초월적 존재를 상정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테탄(thetan)’이라 부르는 영혼이 인간의 본질이며 육체가 죽으면 테탄은 새로운 육체를 찾아나서 탄생하는 아이들의 속으로 들어간다는 윤회론을 펴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800만 명이 사이언톨로지를 믿고 있다. 이처럼 세가 확장된 것은 톰 크루즈 같은 스타들의 열렬한 전도 덕분이다. 할리우드에 신도가 얼마나 많은지 ‘할리우드’라는 글자를 ‘사이언톨리우드’라고 바꿔놓은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 정도다.
그러나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안티 사이언톨로지 사이트인 제누닷넷(www.xenu.net)을 운영하는 노르웨이의 안드레아스 룬트 씨는 이 사이트에서 “사이언톨로지는 신도와 돈을 모으기 위해 모든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컬트(광신도 집단)”라며 “그들이 말하는 오디팅은 사람을 세뇌시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사이언톨로지 신도들은 오디팅을 받아 계속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야 하며 올라갈수록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며 “아주 높은 단계로 올라가면 테탄이 7500만년전 ‘제누(xenu)’라는 우주 독재자에게 쫓겨나 지구로 온 외계 영혼이라는 비밀 교리를 알게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종교학과 김종서 교수는 “법정에서는 종교집단이 ‘믿는다’고 주장하는 것을 스스로 성실히 지키는가를 종교인가 사이비인가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설사 어떤 종교가 법정에서 사이비로 판단하더라도 믿는 이들에게는 종교”라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 카발라
카발라는 신흥종교가 아니다. 기원전 1세기에 시작돼 중세에 발전한 유대교의 신비주의 전통이며 히브리어로 ‘전승(傳承)’을 뜻한다. 어떤 종교든지 신비주의적 전통이 있는데 신비주의는 신과의 직접적이고 내면적인 일치를 추구하는, 신에게 더 가까이 가려는 경향을 말한다.
유대교는 구약성서만을 인정하며 예수를 구세주로 보지 않는다. 물론 카발라도 유대교의 한 분파이므로 전반적으로 유대교의 사상을 따르지만 성서에 대한 해석이 다소 다르다.
카발라에서 말하는 신은 무한한 존재, 그 자신이 전부인 ‘아인 소프(Ayin Sof)’이며 세상은 아인 소프로부터 ‘발산(發散)’된 속성, 즉 ‘세피로트’에 의해 이루어진 복합적인 작용의 결과다.
신비주의 사이트 ‘심볼리안(www.symbolian.com)’의 칼럼니스트 황준식 씨는 “카발리스트들의 목적은 천지창조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신을 만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창조의 과정을 공부하고 정신을 수양한다”며 “세상 전체가 창조의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가 다시 신에게로 돌아가는 신과의 합일이 일어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연예 주간지들은 ‘스타를 보려면 로스앤젤레스의 카발라 센터로 가라’며 카발라에 빠진 스타들을 집중 조명해 왔다.
이에 따르면 카발리스트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영혼과 양심을 깨끗이 하기 위해 연 수입의 10분의 1을 헌금으로 내야 하며 교리와 참선 방법을 배우는 코스를 수강하는 데도 한 차례에 수십 만원. 미국 포털 사이트에서 ‘카발라’를 검색해 보면 카발라 팔찌, 목걸이, CD, 비디오테이프 등 각종 카발라 용품을 살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신도들은 물도 랍비가 안수했다는 ‘카발라 워터’만 마신다.
그러나 이런 스타들의 카발라는 카발라의 왜곡된 모습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철학과 카발라의 관계를 연구하는 하바 티로시 새뮤얼슨 교수(미국 애리조나 주립대)는 지난해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적 소비 문화의 경박함에 싫증이 난 스타들이 정신을 강조하며 개인의 영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카발라에 매료됐다”며 “그러나 현재 카발라의 인기는 유대 신비주의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유대교의 랍비들도 스타들의 카발라는 엄격한 수양을 요구하는 전통적 카발라와 상관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