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관상에서 서양점술까지 볼 수 있는 ‘무속종합쇼핑몰’인 ‘민속정신문화센터’가 6월 중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문을 연다. 점을 전통 문화이자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겠다는 취지가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강병기기자
6월 중순경,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온갖 종류의 점을 볼 수 있는 사주역학센터가 문을 연다. 공식 이름은 ‘민속정신문화센터’로 인사동 입구의 인사코리아(대일빌딩) 2층 470여 평의 공간에 들어서며 사주 역학을 비롯해 타로카드 등 서양점까지 볼 수 있는 ‘무속종합쇼핑몰’이 될 전망이다.
이미 강남구 압구정동에도 ‘점술밸리’라 불릴 정도로 신세대 무속인 역술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지만 ‘민속정신문화센터’는 백화점식으로 한 공간에 많은 점집이 들어서는 데다 인사동이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점 때문에 기대 반 우려 반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 무속종합선물세트
민속정신문화센터에는 점집뿐 아니라 전통찻집과 역술학원, 각종 부적을 새겨 넣은 전통 공예품을 판매하는 쇼핑 코너도 생긴다. 외국인들을 안내하는 도우미도 있으며 영어 일본어 등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젊은 무속인과 역술인들이 외국인들의 점도 봐 준다.
또 인간문화재인 무속인 김금화 씨, 무속 연구가인 서정범 경희대 명예교수, ‘레드 선’이라는 주문으로 알려진 최면 전문가 김영국 신구대 교수 등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강연을 한다.
명상가이자 유체이탈 전문가인 민속정신문화센터 김효성 대표는 “점을 미신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만 점은 한국 전통 문화의 하나이며 외국인들이 재미있어 하기 때문에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점을 믿고 안 믿고는 자기 마음이며 점은 그저 라이프 코치나 라이프 어드바이스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지만 그 길로 가고 안 가고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으며 운명을 거스른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점을 보다가 나쁜 말을 들으면 불안한 것이 사실. 일부 무속인은 이런 심리를 이용해 수백만, 수천만 원짜리 굿을 강요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동쪽에 가면 귀인을 만난다, 굿을 안 하면 나쁜 일이 생긴다, 정성이 부족하니 다시 한 번 하라며 섣불리 미래를 예측하는 말을 믿지 말라”고 단언한다.
무속과 역술이 사기라는 오명을 쓴 이유는 섣부른 예측을 시도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저 점도 하나의 문화로 즐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사주에서 타로카드까지
흔히 ‘신 내렸다’고 하는 무속인들이 보는 게 신비점이다. 이는 신탁점(神託占)과 신시점(神示占)으로 구분된다. 신탁점은 신이 점 치는 사람에게 들어가거나 그 입을 빌리는 것이고 신시점은 사람 대신 어떤 물건에 신을 내리게 해서 그 모양을 보고 점을 치는 것. 민속정신문화센터에서는 쌀을 상 위에 뿌린 뒤 그 흩어진 모양을 보고 치는 척미점(擲米占), 엽전이나 동전을 상 위에 던져서 보는 전점(錢占) 등을 볼 수 있다.
음양오행(陰陽五行)과 수리(數理)를 기초로 하는 작괘점(作卦占) 중에는 대표적인 사주(四柱)를 비롯해 숫자를 새긴 나뭇가지를 이용하는 산통점(算筒占)과 솔잎 수십 개를 잘라 점을 보러 온 사람에게 뽑게 하는 송엽점(松葉占)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이 밖에 관상이나 꿈풀이, 성명학과 풍수지리도 이 센터에서 볼 수 있다.
서양의 점 중에는 점성술과 수정구 투시, 타로카드가 대표적. 점성술은 별자리 운세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별자리를 배경으로 행성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의 운세를 점치는 것이다. 특히 태어난 시각의 별자리와 행성의 위치가 운명에 결정적이라고 한다. 영화에 많이 나오는 수정구 투시는 점을 보는 사람이 수정구를 쳐다보면서 깊은 명상 상태로 들어가 환상을 보는 방식. 서양에서는 수정이 물의 결정체라고 믿어 수정으로 인간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안 보인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