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와 잠비아 국경의 빅토리아 폭포. 잠베지강의 장엄한 추락은 물론 폭포에서 피어나는 영롱한 무지개가 아름다워 허니문 여행지로 손꼽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아프리카. 어디든 가까이 연결시켜주는 인터넷 세상에서도 아직 ‘미지의 땅’으로 불리는 ‘검은 대륙’. 혹시 피부빛깔에 조금이라도 편견을 가지신 분. 이것만은 분명히 기억해 두시라.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고 우리를 포함한 모든 인류 조상의 피부는 검은 색이었다고.
2년 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애인과 함께 깜짝쇼를 펼친 적이 있다. 금발의 핀란드인 여자 친구(현재의 부인)에게 한 프러포즈다. 초원에서 사파리투어 도중 지프에서 내린 두 사람은 덤불숲으로 사라졌다가 곧 돌아왔고 그 사이 애인의 손가락에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졌다. 그곳은 남아공의 사파리공원(게임 리저브) 리조트인 삼와리롯지. 이후 세인들의 허니문 관심은 아프리카로 모아졌다.
그 추세는 우리도 다르지 않다. 일정이 길고(9, 10일) 고비용(350만 원 안팎)이어서 아직 대중화가 되지 않았을 뿐. 1, 2년 뒤면 아프리카 여행객 수가 4∼5배 늘 것으로 국내 여행사들은 전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프리카는 인상깊고 새로우며 주위에 들려줄 이야기와 보여줄 사진 거리가 많은 곳이기 때문. 이것은 허니문 여행지가 갖춰야 할 조건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여행의 매력은 두 가지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쾌적한 시설과 수준 높은 서비스’. 자연 상태로 서식하는 야생동물을 찾아가는 사파리,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에서 유럽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즐기는 휴식이 그것. 지난 100년간 유럽 부유층의 여행지로 가꿔진 덕분이다.
○ 케이프타운∼빅토리아폭포 환상의 코스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공항은 아프리카 대륙의 관문이다. 한국인은 홍콩을 경유, 현지인들이 ‘조벅’(Jo'berg)이라고 부르는 이곳을 통해 아프리카의 여행지를 오간다. 남아공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케이프타운은 이곳에서 항공기로 2시간 10분 거리다.
지중해성 기후의 케이프타운은 펭귄과 물개가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사는 ‘자연주의 도시’다. 인도양과 대서양, 이 두 대양이 만나는 대륙의 거의 남단인 희망봉(Cape of Good Hope)까지 반도(케이프 페닌슐라)를 이루는 이곳. 은퇴 후 노년에 여유를 갖고 살기에 알맞은 곳이다.
작지만 아름다운 항구 케이프타운의 자태는 테이블마운틴에 올라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칼날에 정수리가 날아간 듯 펑퍼짐한 테이블 모양을 한 이 산에는 케이블카로 오른다. 정상에 서면 산기슭 아래 해안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과 파도치는 해변, 멋진 굴곡의 해안선, 그리고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복역했던 교도소가 있던 로빈 아일랜드가 보인다.
케이프타운을 떠난 뒤 찾는 곳은 ‘빅3 폭포’ 가운데 하나인 빅토리아폭포.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을 이루는 잠베지 강이 108m 깊이의 협곡으로 추락하는 현장이다. 폭이 무려 1.7km나 되는 이 폭포. 그 규모에 압도된다. 그 잠베지 강의 선셋크루즈, 폭포상공의 헬기투어, 빅토리아 브리지의 번지점프 등 즐길 거리도 많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마음을 끄는 것은 무지개다. 폭포에서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물방울 덕분에 늘 볼 수 있는데 가끔 반원형 무지개도 보인다.
○ 빅5 사파리-선시티 숙박… 꿈같은 시간여행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의 사파리투어.
아프리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파리다. 게임 리저브라고 불리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지프로 누비며 자연 상태로 서식하는 야생동물을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는 것. 사파리 로지에 머물면 보통 이른 아침과 해질녘 두 차례(각각 2∼3시간) 즐긴다. 사파리의 백미는 ‘빅 파이브’(사자 코뿔소 코끼리 버펄로 표범)를 모두 보는 것. 동물을 따라가느라 사바나의 키 낮은 잡목 숲을 헤집고 다니는 지프여행 자체도 특별하다. 남아공의 크루거나 엔테베니 국립공원에서 즐긴다.
이 모든 것이 아프리카에서 아니면 경험해 볼 수 없는 ‘어트랙션’이다. 그러나 ‘선시티 숙박’을 빼면 완벽한 일정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세계 곳곳을 다녀봤어도 이처럼 평생 잊지 못할 만큼 화려하고 특이한 인상을 준 호텔은 없었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 지어진 다양한 테마의 메가 카지노리조트 원형이 이곳임을 안다면 상상이 갈 것이다.
선시티는 숲 속의 카지노 리조트다. 그러나 도박장이 미국의 라스베이거스호텔처럼 1층을 통째로 점거하지 않아 그 위치를 일부러 알아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그 보다는 환상적인 스토리를 테마로 한 이 멋진 호텔의 기막힌 시설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메인호텔 ‘더 팰리스 오브 로스트 시티’를 보자. 그 이름부터가 심상찮다. 말 그대로 ‘어느 사라진 도시의 왕궁’인데 이 특별한 호텔 건축의 모델은 다름 아닌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사원이다. 거대한 조각의 외벽이며 그 지붕 위에 치솟은 5개의 파인애플 모양 탑, 열십자형으로 뻗은 회랑과 회랑 중간의 조각상이 모두 앙코르와트를 연상시킨다. 앙코르와트에서 살았던 옛 사람을 생각해본다면, 이 호텔에 투숙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시간 여행이며 공간 이동의 경험으로 치환될 수 있을 것이다.
○ 여행정보
◇항공편 △인천↔요하네스버그=홍콩↔요하네스버그 주8회 운항(13시간 20분). 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2시간 10분) △빅토리아 폭포=빅토리아폭포공항↔요하네스버그(1시간 20분). 남아프리카항공사(South African Airways) 02-775-4697. www.flysaa.com
◇허니문패키지=9일과 10일 두 가지 일정, 299만∼390만 원. 선시티, 케이프타운, 기내숙박(각 각 2박)은 모두 같고 사파리 투어 일정만 다르다. △사파리 2박(9일 일정)=엔테베니 혹은 크루거 국립공원(남아공) △사파리 3박(10일 일정)=초베 국립공원(보츠와나). 인터아프리카 홈페이지(02-775-7756·www.interafrica.co.kr)에 상세한 정보가 있다. △입국비자=남아공은 필요없고 짐바브웨만 빅토리아폭포 공항에서 발급(30달러)
남아공=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